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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중앙교회, 교회 떠난 교인의 김밥집 출입 금지 지시/ 2013-05-29

2013-08-03|조회 892
이단이면 장사도 못 하나
한경민 기자



▲ 서울 구로구 궁동에 있는 연세중앙교회. 교회는 5년 전 교회를 떠난 김 아무개 씨가 교회 근처에 김밥집을 차리자 김 씨와 다른 세 명의 사진과 이름을 교회 곳곳에 게시했고, 그곳에 가지 말라고 광고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서울 구로구 궁동 연세중앙교회 고등부에 출석하는 김 아무개 군은 5월 12일 충격에 휩싸였다. 신천지 교도라며 어머니의 사진과 이름이 교회 곳곳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는 어머니가 개업한 김밥집도 가지 말라고 광고했다.

김 군의 어머니 김 아무개 씨가 연세중앙교회에서 신천지로 몰린 것은 5년 전부터다. 김 씨는 5년 전 연세중앙교회를 떠나 부천의 예수생명교회로 적을 옮겼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인 예수생명교회는 30여 명이 모이는 조그만 개척 교회다. 김 씨는 함께 교회를 옮긴 다른 집사를 통해 예수생명교회를 알게 됐고, 목사님 설교가 좋아 자발적으로 교회를 옮겼다. 연세중앙교회는 예수생명교회로 떠난 교인들을 신천지로 규정했고, 다른 교인들과의 접촉을 금지했다.

김 씨는 교회를 나온 후 동네에서 왕따가 됐다. 김 씨와 친했던 교회 집사님들은 점차 그녀를 멀리했고, 그녀의 동정은 교회에 보고됐다. 숨 막힐 것 같은 관계의 단절이 있었지만 김 씨는 참았다. 연세중앙교회를 다니면서 많은 은혜를 받았고, 비록 다른 교회로 옮겼지만, 교회는 좋은 추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5년 전 타 교회로 옮긴 교인들 사진 게시...김밥집 열자 "신천지니 가지 마라"

지난 5월 10일 김 씨가 교회 근처에 김밥집을 차리면서 문제는 다시 불거졌다. 그녀는 아이들도 다 크고 여유가 생겨 음식점을 할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적당한 가격에 자리를 얻을 수 있어서 김밥집을 시작했다. 가게는 김 씨의 집에서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김 씨가 5월 10일 개업하자 연세중앙교회는 당일 금요 예배 때부터 김 씨의 김밥집에 가지 말라고 광고했다. 그녀와 함께 5년 전 교회를 옮긴 세 명의 교인의 얼굴 사진과 이름을 교회 곳곳에 게시했다.



▲ 김 씨는 김밥집 정문에 "저는 신천지가 아닙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김 씨는 연세중앙교회가 자신을 신천지라고 모함하여 영업하지 못하게 방해했다며 교회의 사과를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이런 내용은 김 씨의 아들 김 군이 5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가족 인생을 망치려 하는 대형 교회의 횡포"라는 글을 올리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교회를 옮겼다는 이유로 (신천지로 모는 건) 너무하다", "큰 교회의 이기적인 집단행동"이라는 등의 비판을 가했다.

예수생명교회 조 아무개 목사는 연세중앙교회가 김 씨 등 세 명의 교인을 상대로 인민재판식 인격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조 목사는 자신의 교인들은 신천지가 아니라며, 피해 입힌 것에 대한 공개 사과를 연세중앙교회 윤석전 목사에게 요청했다.

연세중앙교회, "교회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그런 것. 증거 있으나 공개는 못 한다"

연세중앙교회도 교회 홈페이지에 공식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교회는 김밥집을 차린 김 씨가 2008년 신천지와 연관되어 교회를 스스로 떠난 사람이라고 했다. 당시 김 씨와 함께 예수생명교회로 떠난 다른 교인은 신천지가 확실해 교회에서 출교했고, 그때 김 씨도 같이 나갔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김 씨가 교회 근처에 가게를 열자, 교인들을 보호하려는 공익적인 차원에서 얼굴과 이름을 교회에 게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밥집에 가지 말라고 한 광고에 대해서도 영업 방해의 의도는 없었다고 답했다. 다만 신천지 교도가 포교하는 곳이니 교인들의 건강한 신앙생활을 위해 가지 말 것을 당부한 것이라고 했다. 김 씨의 아들에 대해서도 김 군이 주일날 교회에서 고함을 지르고 폭력 행위를 하는 등 행패를 부렸다고 했다. 교회의 이단 문제를 전담하는 안 아무개 안수집사는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만, 교회 차원에서 공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박종운 변호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연세중앙교회의 행동은 도가 지나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김 씨 등이 신천지 교도가 아니라면, 이는 심각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것이고, 설사 이들이 신천지라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교인을 보호하려는 의도라도 개인의 동의 없이 얼굴 사진과 이름을 공개하고, 김밥집을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와 영업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연세중앙교회에서 위와 비슷한 일로 교회를 떠난 사람이 또 있었다. 2년 전까지 고등부 교사로 봉사했던 김 아무개 씨는 신천지 관련 사이트에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의심받았다. 교회는 김 씨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겠다"고 쓴 글도 문제 삼았다. 신천지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라는 이유였다. 제대로 항변도 하지 못하고 교회를 떠난 김 씨는 지금도 그때의 억울함과 고통이 가슴에 박혀 있다고 했다.

교회 측은 김 씨가 몇 가지 정황으로 신천지로 의심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출교당한 것은 아니고, 본인 스스로 교회를 나갔다고 답했다. 무고한 교인이 상처를 입고 떠난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신천지가) 워낙 간교하고 연기를 잘하기 때문에 믿기는 어렵다는 말로 즉답은 피했다.

파주 세계로금란교회, 새벽기도 때 교인 끌어내고 교회 출입 금지해 논란

신천지로 의심받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다른 교인도 있다. 김 아무개 씨는 2011년 가을 경기도 파주 세계로금란교회에 등록했으나 얼마 안 되어 교회 출입이 금지됐다. 새벽 기도회에 참석한 그를 교회 청년들이 예배당 밖으로 끌어낸 일도 있었다. 김 씨는 자신이 교인들에게 친절하게 다가갔다는 이유로 신천지로 의심받고 교회의 무력행사로 인한 인격적 모독을 당했다며 교회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세계로금란교회는 김 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교회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김 씨가 장로와 집사들에게 연락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교회는 교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김 씨에게 교회에서 나가 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씨가 이를 거부했고 문제 행동을 반복해 교회 출입을 금지했다고 답했다. 교회 수석 부목사는 김 씨를 신천지로 의심해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씨가 교회 수석 부목사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교회 교역자들이 김 씨를 신천지로 의심한 내용이 나온다.

개혁 외치다 신천지로 몰린 갈보리침례교회 교인들

경기도 광명에 교회를 개척해 만 2년째를 맞은 함께가는교회 교인들도 신천지로 의심받은 씁쓸한 기억이 있다. 갈보리침례교회 교인들이었던 이들은 2009년 담임목사의 변화와 교회의 개혁을 요구하다 신천지로 몰렸다.

담임목사는 어디선가 신천지 명단이라는 문건을 가져와서 교회 교적부와 대조했고, 그 안에는 개혁파 교인 11명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 명단은 교인들에게 유출됐고, 교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교회 안에 신천지 논란이 일자 목사는 의심 명단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교인들은 목사를 더는 신뢰할 수 없게 됐다.

교회의 신천지 대응, 아웃 운동이 아닌 웰컴 운동으로

세계한인기독교이단대책연합회 대표회장 박형택 목사는 한국교회에 신천지 공포가 있기 때문에 억울하게 의심받는 교인들이 있다고 진단했다. 교구원이 신천지로 밝혀져 교구장까지 의심받거나, 원로목사가 새로 온 담임목사를 신천지라고 몰아 교회에서 나가게 한 일 등 다양한 사례도 소개했다. 박 목사는 확실한 증거 없이 의심만으로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했다.

오세택 목사(교회개혁실천운동 공동대표, 두레교회 담임)는 교회의 무리한 대응을 지적했다. 한국교회가 무리하게 '신천지 아웃' 운동을 하면서 그 부작용으로 인권 침해 등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오 목사는 교회가 바른 말씀과 복음 위에 서서 '신천지 웰컴' 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가 건강하게 운영되어 내부적으로 문제가 없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