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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한글 번역/ 2013-07-20

2013-08-04|조회 288
성경 한글 번역



민중 손에 우리말 성경… 신앙 공동체·한글 대중화 이끌어

한글성경의 역사는 한국교회의 역사이자 한글 보급의 역사이다. 한국교회는 세계선교 역사 중 드물게 선교사 입국 전에 성경이 번역 보급돼 다수 민중이 개종한 특별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조선에 들어온 것은 1885년 4월이지만 이보다 3년 전에 조선 민중의 손에는 성경이 놓여 있었다. 한글로 번역된 성경은 언어의식의 대전환을 가져왔고 사회문화 변동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성경 번역의 역사는 한국교회의 역사=조선에서 성경 번역은 ‘파나마 운하를 하나 파는 것과 맞먹는 일’이라는 게일 선교사의 말처럼 10년 이상 걸리는 험난한 일이었다. 한국 기독교 초기 역사에서 우리말 성경의 쌍두마차는 최초의 한글 신약성서인 존 로스(1842∼1915)의 ‘예수셩교젼셔’(1887)와 이수정(1842?∼1887)의 ‘신약마가젼복음셔언해’(1885)다. 두 성경 모두 해외에서 번역됐으며, 조선복음화의 강력한 병기가 됐다.

‘예수셩교젼서’는 최초의 우리말 성경인 ‘예수셩교누가복음젼서’(1882) 등을 포함시킨 신약성경으로 스코틀랜드 연합장로교회 선교사였던 존 로스가 이응찬 등과 번역한 작품이다.

1872년 8월 중국 상하이에 도착한 로스 선교사는 조선 선교를 시도하다가 대동강변에서 순교한 토머스 선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조선선교에 뛰어들게 된다. 성경 번역 비용은 영국성서공회와 스코틀랜드성서공회가 지원했다. 로스 선교사는 1880년대 외국 종교 서적의 유입이 금지됐던 조선 상황에서 서상륜 이성하 백홍준 등의 권서(勸書)를 통해 복음을 전했다. 이들은 성경 배포의 주역으로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2만권에 이르는 단편 성경과 기독교 소책자를 배포했다. 복음의 씨를 뿌린 숨은 일꾼으로 조선인의 문화수용 능력과 개신교의 주체적 출발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성경 보급을 통해 조선에는 이미 잠재적인 기독교 공동체가 형성돼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선교사들의 선교보고서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개신교 선교사들보다 몇 년 앞서 성서공회는 은둔의 왕국에 들어갔고 로스의 열정적인 노력으로 한글판 신약성서가 만들어졌다. 그 책들은 장돌뱅이와 권서들, 그리고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평양을 거쳐 서울까지 들어갔다… 선교사들은 의주와 평양에서 말씀에 의해 정결하게 된 적지 않은 신자들을 발견하였다.”(털리 선교사의 ‘Ping Yang in Korea’, 1895)

또 다른 성경인 이수정의 ‘신약마가젼복음셔언해’는 아펜젤러와 언더우드가 조선 입국 당시 갖고 들어온 성경으로 한문에 익숙한 식자층 전도에 유용했다. 이 성경은 미국성서공회가 조선에 성서반포 사업을 공식적으로 개시한 1887년 인천제물포와 서울을 중심으로 5000권이 배포됐다. 선교사가 입국하면서 피선교국의 번역 성경을 갖고 들어간 경우는 선교 역사상 유례없는 일로 손꼽히고 있다.

◇성경, 한자의 독점을 깨다=초기 선교사들이 조선 땅을 밟았을 때 선비와 지배층은 문자 혜택을 독점해 일반 민중을 우민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아녀자들은 한글을 언문이라는 이름으로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천시하는 풍조가 팽배했다. 그야말로 한자 중심의 세계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은 선교사의 글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새로운 땅은 불행하게도 중국의 흔적에 완전히 뒤덮여 있다… 민요와 이야기책, 아녀자들을 위한 몇몇 소설을 제외한 모든 것은 한자로 표기되었으며 중국사상의 틀에 주조돼 있다. 조선의 언어는 원시적인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교육받은 사람들은 한글로 쓰인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그리피스 선교사의 ‘A Modern Pioneer in Korea’)

한문 숭상의 몰주체적인 전통에 짓눌려 한글이 천시되던 상황에서 선교사들은 성경으로 문자 독점을 깨기 시작했다. 교회와 기독교 학교에선 성경과 전도문서를 읽히기 위한 한글 배우기 운동을 일으켰다.

성경은 한글의 저변 확대와 국문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끼침은 물론 사회문화 변동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은 ‘기독교와 한글’에서 이렇게 칭송했다. “한글의 부흥, 정리 및 보급에 대하여 막대한 공적을 끼친 것으로 우리가 예수교의 선교 사업을 들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조선 사람으로서 이 한글 보급의 기독교의 위대한 공적에 대하여 감사의 뜻을 가지지 아니할 이도 없을 것이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성경의 한글 번역은 대중이 성경을 읽도록 해 성경의 교훈과 사상을 체화하도록 했다”며서 “성경은 그리스도인 개인의 영적 자양분이 됐을 뿐만 아니라 읽는 이들에게 애국 독립운동 참여, 신분제 철폐, 민주질서 확립 등 자기 시대와 사회에 대한 응답적인 삶을 살도록 독려했다”고 설명했다.

백상현 기자

●자문해주신 분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 △박용규 총신대 신대원 교수 △이덕주 감리교신학대 교수 △이상규 고신대 부총장 △임희국 장로회신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