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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트리의 탄생/ 2015-07-12

2015-07-12|조회 272

크리스마스하면 사슴이 끄는 썰매와 함께 크리스마스트리가 연상된다. 크리스마스트리라는 현실 세계와 하늘을 나는 산타클로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어린이들을 동화의 세계로 끌어간다. 크리스마스트리의 연원은 놀랍게도 종교개혁에 앞장섰던 마르틴 루터로 알려졌다.

물론 크리스마스트리 자체가 생긴 건 그보다 조금 앞서서였다. 1510년 라트비아의 리가에서 상인 길드 회원들이 종이로 만든 장미로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했는데 종이 장미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검은 모자를 쓴 길드 회원들은 의식을 거행한 뒤 크리스마스트리를 불태웠다고 한다. 알려지기로는 1510년 이전에도 독일이나 스칸디나비아가 포함된 북유럽에서는 집안이나 마당에 장식하지 않은 나무를 설치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트리를 전 세계로 전파시킨 인물은 루터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로는 어느 크리스마스이브 날, 루터가 숲 속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둡던 숲이 등불을 켜놓은 듯 환하게 빛났다고 한다. 그것을 본 루터는 깨달음을 얻었고 자신의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전나무 하나를 집으로 가져와 솜, 리본, 촛불 등으로 장식했다. 이것이 바로 크리스마스트리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는 여기에다 에덴동산에 있었다는 ‘생명의 나무’라는 상징성을 부여했다.

트리 꼭대기에는 항상 별이 달려있는데 이는 동방의 별을 의미한다. 예수가 태어날 때 동방박사 세 명이 당시에 떠있는 별을 보고 동쪽에서 찾아왔다. 그러므로 이때의 별은 동방박사를 예수에게 안내하는 길잡이인 동시에 메시아의 출현을 알리는 길조라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독일계 이민자를 통해 미국으로 전파됐다. 세계 최대의 크리스마스트리 소비국인 미국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트리가 2500만~3000만 그루나 팔린다. 경기의 영향도 크게 받지 않는다. 크리스마스트리는 기독교 세계에서는 보편화된 풍습이지만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한 반대도 적지 않다. 그 이유는 ‘성서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크리스마스트리 풍습은 오히려 기독교가 전파되기 이전 북부 유럽의 종교 전통과 밀접하다는 점도 지적 사항이다. 따라서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의 청교도들은 크리스마스트리를 금지하려 했다. 오늘날에도 일부 개신교 교단에서는 교회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지 않는다. 소련도 10월 혁명 이후 크리스마스트리를 폐지하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해 이름을 바꿔 트리를 부활시킨 바 있다. 트리 꼭대기의 별은 사회주의 혁명의 상징이라는 설명도 첨가했다.

근래 크리스마스트리에 관한 매우 놀라운 자료가 발표되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트리의 상당수가 한국의 구상나무라는 것이다. 구상나무는 제주도 한라산 해발 1,500~1,800미터에 군락지를 형성하며 자라고 있다. 덕유산과 지리산에서도 발견되는데 이것이 서양으로 건너가 트리의 대명사처럼 된 것이다. 여기에는 1898년 조선에 들어와 밀양 · 김해 · 진주 등에서 선교 활동을 벌였고, 1902년 제주도로 건너가 제주도 서귀포성당의 주임신부로 부임한 프랑스 신부 타케(Taquet)의 역할이 컸다. 식물에 큰 관심을 보인 그는 한라산에 들어가 식물을 채집해 유럽의 학계에 보냈다. 그가 발견해 식물학계에 알려진 식물들은 한라부추 · 왕밀사초 · 섬잔고사리 · 제주가시나무 · 한라꿩의다리 등 수백 종에 달한다.

그런데 타케가 프랑스 등에 보낸 구상나무 표본에 관심을 둔 식물학자가 있었다. 하버드대의 식물 분류학자 어니스트 윌슨이었다. 윌슨은 구상나무 씨앗을 가져가 연구한 뒤 1920년 새로운 종의 나무라며 세계식물학회에 ‘아비에스 코리아나(Abies Koreana)’라는 학명으로 발표했다. 당시 윌슨이 가져간 씨앗에서 발아한 나무는 하버드대 아널드 식물원에서 지금도 자라고 있다. 동아시아의 식물 권위자였던 윌슨은 제주도에서 가져간 구상나무로 수십 종의 개량나무를 만들었고 이 나무들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후 개량에 개량이 거듭됐고, 크리스마스트리로 인기를 끌면서 ‘코리안 퍼(Korean fir)’로 나무 시장에 알려졌다. 현재 90종류 이상의 구상나무 품종이 미국과 캐나다 · 영국 · 아일랜드 · 네덜란드의 100여 개국 종묘사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라산 등에서 자란 우리 고유의 나무가 외국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애호되는 이유는 우선 키가 15~18미터로 작고 질병에도 강하기 때문이다. 또 중간에 여백이 없이 잎이 빽빽한 전나무와 달리 구상나무는 견고한 가지 틈 사이로 여백이 있어 장식을 달기에 적합하다. 더욱이 정원수로 인기가 높을 만큼 나무 모양이 아름답고 진한 피톤치드(phytoncide) 향도 상쾌함을 준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