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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붐! 최고의 자연요법 성인병 고치다

2008-06-22|조회 478





전홍수(39)회사원.지방간.당뇨 등 성인병에 시달리다 걷기 시작.
처음에는 하루 20km이상 집중적으로 걷다 지금은 하루 1시간반(8~10km)정도를 유지.
걷기대회에서는 항상 선두에서 리더 역할을 자청.




6월 한달 내내 전국을 뜨겁게 달군 월드컵이 끝났다. 보고 즐기는 데 최고의 스포츠는 단연 월드컵. 그러나 직접 몸으로 하는 최고의 운동은 바로 ‘걷기’다. 비만인 사람들에게는 다이어트 비법으로,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자연요법으로 각광받는 ‘걷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성기홍 사단법인 한국워킹협회 사무총장이자 탐라대 레저스포츠학부 교수.1987년부터 걷기를 널리 알리는 데 힘써 오다가 워킹협회를 창립.매월 첫째 일요일에는 모든 국민이 걷는 것이 소원이라고 밝힘.
미술교사인 최용재(33·경기도 분당 예원예고)씨에게는 올 여름 휴가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는 지난 5년간 한번도 바닷가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휴가를 즐기지 못했다. 올해는 “꼭 그렇게 할 것”이라고 그는 다짐한다.
바닷가로 휴가를 갈 여유가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군에서 제대한 후 급격히 불어난 몸집이 원흉이었다. 전방에서 보병 소대장으로 근무한 그는 84kg의 잘 빠진 탄탄한 몸매를 자랑했다. 그런데 제대후 “먹고 마시다 보니 어느덧 105kg을 넘어버린” 것이다.

가끔씩 인생은 뜻하지 않은 계기를 맞아 뒤바뀌기도 한다. 그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었다. 지난 봄 SBS-TV의 한 인기 프로그램에서는 ‘뱃살 프로젝트’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했다. 걷기(파워워킹)를 통해 뱃살을 쏙 빼주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준다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앞뒤 가릴 것 없이 지원했고 행운의 여신은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맨처음 걸을 때 1시간이 그렇게 긴 시간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파워워킹은 몸동작이 좀 요란하거든요. 마치 인민군이 사열식 때 행군하는 것처럼. 헬스센터에서 함께 운동하던 사람들이 ‘희한한 사람 다 봤다’는 식으로 쳐다볼 때는 용기가 꺾이기도 했죠. 그러나 한달만에 8kg을 감량하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더니 다들 따라 하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다이어트에 도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광고에 나오는 다이어트 식품은 안먹어 본 것이 없을 정도. 돈도 만만찮게 들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식습관과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생활습관을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뱃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전문가팀은 엄격한 식습관과 생활방식의 변화를 요구했고 그는 그대로 따라야 했다. 승용차를 두고 출퇴근하느라 너무 피곤해 학교에서는 졸기 일쑤였다. 최대 고비인 3주째를 무사히 넘기면서 이미 그의 인생은 달라져 있었다. 지금은 92~93kg을 오간다. 그는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전의 생활에 대해 “한심했다”고 회고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을 제외하면 먹고 마시고 자는 것이 하루 일과의 전부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산더미처럼 불어난 몸집.

학생들은 그의 남산만한 아랫배를 집게손가락으로 쿡쿡 찌르거나 이중턱을 잡아당기며 장난을 걸어왔다.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마저 ‘총각 선생님의 인기’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정도로 자기합리화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신감 상실과 이로 인한 ‘약간의’ 대인기피증이었다.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 지 4년이 넘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성공한 지금 그는 매사에 의욕에 넘친다. 비만 때문에 비슷한 처지에 있던 친구들에게 상담해 주는 일도 많아졌다. 학생들은 이제 승리자에게 바치는 진정한 존경심으로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집을 용인 수지로 이사했다. 학교까지의 거리는 7km. 꼭 1시간이 걸리는 이 길을 그는 1주일에 3회 이상 걸어서 출퇴근한다.

(주)SKC 천안공장에 근무하는 전홍수(39)씨는 걷기를 통해 건강을 되찾은 후 열렬한 걷기 마니아가 됐다. 그는 10년 전부터 신체검사에서 지방간이라는 경고를 받아왔다. 지난해 검사에서는 여기에 덧붙여 당뇨병 진단이 나왔다. 그는 “덜컥 겁이 났다”고 회고한다.
“의사는 비만 때문에 생긴 병이라며 운동을 권하더군요. 그날 밤을 꼬박 새우며 궁리했습니다. 제가 살찐 이유는 잘 알고 있었고…. 바로 식탐(食貪)과 게으름이었죠. 궁리 끝에 우리 회사의 경영기법인 수펙스를 적용하여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했죠.”



김영광(49) 레크레이션 강사 겸 동화 구연가.생활의 일부이자 취미라고 할 정도로 걷기를 즐김.걷기는 운동이 아니라'생활 속의 명상'이자 '행복의 유희'라고 강조.
성인병을 고치다

다이어트에 회사의 경영기법을 적용한다? 엉뚱한 발상 같지만 그의 시도는 맞아들어갔다. SK그룹의 고 최종현 회장이 고안한 수펙스는 ‘최대·최상의 목표’를 설정해 이를 추구하는 독특한 경영기법이다. 보통 기업경영에서는 투자비용 등을 고려해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수펙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투자비용보다 ‘발상의 전환’을 먼저 이끌어내는 기법. 당연히 전씨가 다이어트를 계획할 때도 ‘사람이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이 목표가 됐다.

달리기나 다른 운동을 할 수 없는 극도의 비만(당시 102kg) 때문에 걷기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워킹협회 전문가들도 많은 도움을 줬다. 그는 육식 대신 생선과 두부·채소 등으로 식단을 바꾸고 퇴근하면 하루 3~4시간씩 걸었다. 자정이 되어서야 운동을 마치고 쓰러져 잠드는 나날이 계속됐다. 한달만에 당뇨 수치가 정상화됐고, 55일만에 체중은 26kg이나 빠졌다. 현재 체중은 72kg. 걷기 시작한 지 꼭 1년이 된 올해의 신체검사에서는 지방간이나 간기능 저하 같은 진단도 나오지 않았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 때 가장 속상하더군요. 그렇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한 후에는 더 활기차게 어울릴 수 있어 좋습니다. 성공 비결요? 살찐 원인은 자신이 가장 잘 압니다. 그것을 스스로 극복해 나갈 의지가 있으면 반드시 성공합니다.”

각종 걷기대회마다 참가해 선두에서 속도를 조절하는 리더역을 맡은 전씨의 목표는 워킹스쿨을 통해 전국민에게 걷기를 보급하는 것.
많은 사람들이 최씨나 전씨처럼 걷기를 통한 체중감량이나 질병 치료 효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레크리에이션 강사이자 동화 구연가인 김영광(49)씨는 좀 다른 시각에서 걷기를 예찬한다. 바로 ‘걷기는 현대인들에게 아이디어 활동이자 상쾌한 휴식’이라는 주장이다.

“걷기는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걷는 시간이 창작활동을 하는 시간입니다. 동화 구연을 하게 된 것도 걷는 동안 동화를 외울 수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걷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손발이 저리고 머리에 쥐가 나는 증상이 자주 일어났는데 이제는 완전히 건강을 되찾았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운동이죠.”
그는 지금 놀이 문화와 성공학을 결부시킨 책을 집필하고 있다. “제1장은 걷기의 위대성에 대한 예찬으로 시작한다”고 그는 귀띔한다. 그는 일상생활 속의 사소한 일까지 걷기와 관련짓는다. 예를 들어 용돈을 찾으러 은행에 갈 때 ‘3만원 이상은 찾지 않는다’는 식이다. 낭비도 막고 한번 더 걸을 기회를 만드는 그만의 노하우다.



최용재(32) 미술교사.비만으로 인한 자신감과 대인기피증으로 고민하다'뱃살 프로젝트'에 도전해 성공.워킹 다이어트 초보자들은 발목까지 오는 운동화를 신고 러닝머신에서 걷는 것이 좋다고 충고.
걷기의 즐거움

“인생은 즐겁고 행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하지요. 걷기는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운동이자 즐거운 삶의 놀이입니다. 운동이라고 생각할 필요조차 없어요. 단지 나의 꿈과 사랑을 노래하며 리드미컬하게 앞으로 전진해 나가는 행복의 유희인 것이죠.”
걷기는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근본조건이자 인류의 숙명이다. 그러나 문명의 발달은 인간에게서 ‘걷기의 즐거움’을 빼앗아갔다. 걷는 동안의 사색과 여기서 만들어지는 창조적 아이디어에는 주목하지 않고 육체의 편안함만 중요하게 여기게 만든다.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자동차를 몰고 나서고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맡기고서도 출퇴근길의 고단함을 불평하게 만든다.
국내의 걷기 붐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해온 한국워킹협회 성기홍 사무총장은 이를 국민소득(GNP) 수준과 결부지어 해석한다.

“운동부족을 초래한 대표적 주범은 자동차입니다. 대개 국민소득이 1만달러 수준이 되면 걷기 붐이 일어나는데, 농촌까지도 승용차가 보급돼 전국민적인 운동부족 상태에 도달할 때이기 때문이죠. 당국에서 올해를 전국민적인 비만퇴치운동 원년(元年)으로 선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걷기는 이런 현대인들의 운동부족을 가장 손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운동입니다. 그동안 각종 걷기대회를 개최하면서 남녀노소 구분 없이 늘어나는 참가자들을 보고 걷기야말로 진정한 국민 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최근 들어 서울의 양재천뿐만 아니라 일산 호수공원이나 분당 중앙공원 등 신도시에서도 아침 저녁으로 걷기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 신드롬이야 정평나 있지만, 비교적 최근에 유행했던 달리기나 마라톤에 부담을 가졌던 사람들도 걷기 운동에 대해서는 좀더 적극적인 분위기다.
이는 걷기 운동이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최근 들어 각종 걷기대회를 개최하며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에 나선 걷기 단체들의 활약에 힘입은 바 크다는 평가다. 올초부터 날씨가 풀리면서 열린 각종 지자체의 축제나 행사에도 걷기대회는 빠짐없이 열렸다.



전홍수(39)회사원.지방간.당뇨 등 성인병에 시달리다 걷기 시작.처음에는 하루 20km이상 집중적으로 걷다 지금은 하루 1시간반(8~10km)정도를 유지.걷기대회에서는 항상 선두에서 리더 역할을 자청.
왜 ‘걷기 붐’인가

TV 등 언론매체도 걷기 붐에 많은 기여를 했다. 지난해초 ‘무작정 걷기’로 다이어트에 성공한 대학생 조주현씨의 성공담이 책과 TV를 통해 소개되면서 걷기는 가장 유망한 다이어트 방법으로 떠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최용재씨의 성공담이 많은 이들에게 자극을 주었다. 사이버 공간도 걷기 열풍에서 예외가 아니다. 국내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인 다음 카페에는 걷기와 다이어트를 주제로 한 소모임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이곳에는 목표를 정해 다이어트를 함께할 사람을 구한다든가, 같은 지역에 사는 마니아들과 함께 걷기 모임을 만들자는 제안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ING생명보험에 근무하는 김경태(30)씨는 대학 시절 은사의 가르침으로 걷기에 입문했다. 대학원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한 그는 매일 새벽출근을 해 직장 동료들과 회사 주변을 걷는다. 보험 계약이나 상담을 위해 사무실을 나서면 지하철역 한두개 정도에서 미리 내려 걷는다.
서울 광화문에서 부산시청까지,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두차례나 국토를 종단한 경험이 있는 그는 이제 걷기와 뗄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워킹협회가 출범할 때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지금은 서울시협회 사무국의 일을 맡아보면서 본격적인 시민운동가로 성장하고 있다. 그는 “온국민이 걷기 운동에 참여할 때까지 그저 열심히 걷겠다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걷기와의 인연이 그의 인생을 풍부한 경험과 도전으로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걷기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붐을 이어가고 있다. 이것은 걷기가 누군가를 이겨야 하는 ‘경쟁’이 아니라 서로 이끌어 주고 보살펴 주는 사랑의 운동이기 때문이다. 또한 걷기는 나눔의 운동이자 화해와 평화의 운동이기도 하다. 숱하게 열리는 걷기대회의 이름을 유심히 살펴보라. 그저 걷기대회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제3세계의 어린이나 장애아를 도울 수 있고, 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가슴에 와닿지 않는가.

이제 걷기의 효용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누구나 처음 시작할 때는 낯설게 마련이다. 그럴 때는 함께 운동을 시작할 동료를 찾거나 일상생활 속에서 걷는 기회를 일부러 만드는 것이 순서다.
직장 동료와 걷기 모임을 만들기가 어렵다면 가장 가까운 사람과 함께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남자들이 잊고 살기 쉬운 그 사람, 바로 한 지붕을 이고 사는 아내와 함께. 당장 내일 아침부터 가장 절친한 걷기의 동반자가 생기는 기쁨을 줄 것이다.


글.김일곤 기자 월간중앙 기자(papak@joongang.co.kr)
도움말.성기홍 한국워킹협회 사무총장.탐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