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ㆍ선교사후보생모집

세계선교신학

바로가기

시사 뉴스

상세보기

생활 속의 작은 이야기

2008-06-22|조회 760






걱정 속의 어머니

저는 결혼한 지 13년 됐습니다. 13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저희 어머니께서는 새벽이면 남편을 전화로 깨워 속삭인답니다.
“오늘 막내며느리 생일이니까 빨리 일어나 미역국 끓여줘라”라고 말입니다.
물론 한 달 전에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가시지요. 생일선물로 손수 모시적삼 같은 걸 만들어서 보내주시기도 하지요. 아이들 생일 때도 돈도 없으시면서 통장에 몇 만 원씩을 꼭 송금시켜 주시는 것도 잊지 않으시고요.
연세가 82세나 되셨어도 마음은 신세대 시어머니랍니다.
하루는 어머니께서 급하게 전화를 하셨어요. 큰일났다고요. 요는 이렇습니다.
둘째 아들네 전화를 했는데 자동응답기가 대답을 했나 봅니다. 어머님께서는 은근히 걱정이셨지요. 둘째 며느리를 보신 줄 알고요. 전화기에서 “지금은 외출중이오니…” 라고 하자 “당신이 뭔데 우리 아들 집에서 살림을 하느냐”고 호통을 치셨대요.
“그랬더니 저도 속은 있는지 아무 말이 없더라” 하시는 겁니다. 다섯 번을 했는데 꼭 그 여자가 나와서 계속 같은 말을 하니까 며칠을 고민하시다 저한테 전화를 하신 거예요.
“얘야 너한테 물어볼 말은 아닌데 너희 둘째 시숙 각시 얻었냐?”라고요.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랬더니 며칠 전의 사건을 말씀하시더라고요. 얼마나 배꼽을 잡고 웃었는지 모른답니다. 지금은 메시지도 잘 남기는 신식 할머니가 되셨답니다.
“어머니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꼭 효도할게요. 그리고 요번 생일 미역국 맛있게 잘 먹었답니다.”
윤영목(서울 도봉구 방학3동)




시어머니와 휴대폰

남편과 함께 외식을 하고 10시쯤 집에 들어온 며칠 전, 갑자기 시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야야, 느그 어데 갔다 왔노? 하루종로 전화해도 안 받드라” 전 우물거리며 얼버무린 후에 “왜요? 어머니. 무슨 일 있어요?”하고 물었더니 어머니께서 “야야, 내가 휴대폰이 안 생겼나. 느그 시고모가 우짠 일로 나한테 휴대폰을 공짜로 주고 가드라. 전화번호 받아 적어라. 이거 알리줄라꼬 그리 전화해도 느그 전화 안 받대.”
전 시어머니의 전화번호를 받아 적고, 다음날 시험 전화를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음 날, 마음 급하신 우리 시어머닌 아침 6시 반에 전화를 주셨더군요.
“야야, 내가 지금 휴대폰을 들고 있는데, 우리 집은 통화가 안 터지네. 내가 동네 입구에 나가 있을 테니까 니 나한테 전화 좀 해봐라.”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벼가며 그때부터 1분마다 시어머니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근데 아무리 해도 어머니께서 전화를 안 받으시는 거예요. 30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집 전화가 울리더군요. “야야, 니 와 전화 안 하노? 아무리 기달리도 전화가 안 오네. 전화가 이상타. 느그 고모가 왔을 땐 파라이 창이 반짝거렸는데 지금은 안 그렇다”라는 시어머니의 말씀에 감이 오더군요.
“어머니 파워를 안 켜셨네요. 파워를 꾹 눌러 창이 떠야 통화가 돼요.”
그후로 시어머니께 휴대폰 사용 요령을 몇 십분 동안 설명해 드렸답니다. 지금도 하루걸러 한번씩 휴대폰이 안 된다고 전화를 하시는 우리 시어머니. 제대로 쓰시고 있는지 이번 주말에 올라가서 확인해 봐야겠어요.
김숙련(부산 연제구 연산8동)


내 친구 조수미

제 친구 조수미가 노래방을 개업했습니다. 신이 내린 소리와는 거리가 먼, 그래도 털털한 성격과 웃음이 늘 정겨운 내 친구 조수미.
수미가 노래방을 개업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는 모두 깔깔 웃으며 “그래, 그게 차라리 낫겠다. 그동안 노래방에 바친 돈을 생각하면 그게 돈 버는 길이야” 하고 한마디씩 했습니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겠지만 수미는 늘 회식자리나 어떤 모임에 가도 노래 이야기가 나올까봐 항상 찌푸리고 긴장했었습니다. 어쩌다가 지나가는 말로 “어, 조수미 씨 노래 한 곡 들어야 하는데” 하는 말이나 소개팅에서 “어, 언제 기회 되면 정말 노래 한번 들어보고 싶은데요” 하는 자연스런 말에도 정말 넌더리를 칠 만큼 자신의 이름에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사실 들어주기 힘든 수미의 불안정한 노래실력이 더 큰 이유였기에 수미를 아는 우리 친구들은 웬만하면 수미의 노래는 들으려 하지 않았지만, 노래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문제였습니다. 물론 듣고 나면 절대로 다시는 권하지 않는 수미의 노래실력.
그후로 수미는 노래방에서 살다시피 하고 혼자서도 가끔 노래방에 가서 연습을 하곤 했습니다. 걸걸한 수미의 목소리에 맞는 노래를 찾아 연습하다 보니 수미는 노래를 곧잘 하는 실력이 됐고 성격도 많이 변해 시키지 않아도 먼저 노래를 한답니다. 우리는 모두 개업식 날 웃는 얼굴로 “내가 노래 하나 할까?” 하고 웃으며 말하는 수미를 보며 신이 우리에게 내려준 모든 것을 사랑하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고순보(전북 정읍시 북면)


아는 게 힘

저는 결혼한 지 두 달 된 새내기 신부입니다. 결혼 전에도 직장을 다녔고 지금도 다니고 있어요. 결혼 전에는 직장 근처에 집이 있어서 걸어다니거나 식구들이 태워주기도 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없었어요. 근데 지금은 시댁으로 이사를 해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한답니다. 교통카드도 써본 일이 없었고 버스요금도 알쏭달쏭했죠.
결혼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글쎄 항상 자가용으로 출퇴근 시켜주던 신랑이 동원훈련을 3박4일로 간다는 거예요. 떨어지는 게 싫었지만 국가가 부르니 가야죠.
그날 처음 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신용카드도 교통카드가 된다는 걸 알고 버스를 탔습니다. 앞사람이 “띠” 하고 먼저 올라탔죠. 그리고 나. 버스에 올라 카드를 아무리 기계에 문질러도 아무 소리도 안 나는 거예요. 뒤집어 문지르기도 하고. 아무튼 제게로 시선이 집중되었죠.
뒷사람은 줄줄이 서 있고 속으로 얼마나 애가 타던지.
이런 내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기사 아저씨가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어이!(아가씨도, 아줌마도 아닌 어이?) 카드를 밑에다 대야지. 거기는 금액 나오는 데잖아요. 어!”
전 너무 당황하고 창피해서 그냥 1,000원을 내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뒤통수가 어찌나 따갑던지.
양희란(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물소리?

10년째 살고 있는 저희 집엔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아래층에서 물을 쓰면 위층인 저희 집이 물이 안 나온다는 것입니다. 1년 전 몹시 무덥던 여름, 그날도 갑자기 물이 안 나왔습니다.
“여보, 또 물이 안 나와.”
남편은 짜증스럽게 말하더니 수도꼭지를 노려보고 있었고, 저는 부엌에서 양손에 거품을 잔뜩 묻힌 채 수세미를 들고 창밖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화장실에서 '또르르, 또르르…'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진아, 물 나오니? 물소리가 들리는데”
저는 딸아이에게 물으며 수도꼭지를 틀었는데, 여전히 물은 똑똑 몇 방울만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내가 확인해 볼게.”
딸아이가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보더니 잠시 후 나왔습니다.
“엄마, 호야가 오줌누면서 높이해서 떨어뜨리는 '쉬'소리였어”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기가 막혔지만 막내아들 녀석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이복조(부산 해운대구 반송1동)


딸아이의 예쁜 마음

월드컵 이후 아홉 살 아들은 또래들과 축구 하느라고 깜둥이가 되어 버렸답니다. 며칠 전에도 아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주차장 공터에서 열심히 공을 차고 있더군요. 오후 7시가 되어 저녁 먹자고 불렀으나 아이는 조금만 조금만 하면서 계속 놀고 있었답니다.
8시가 조금 넘어서 현관 초인종 소리가 들려오더군요. 지금껏 해가 진 후에 귀가한 적이 없었던 아이였기에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답니다. 실컷 더 놀라고 소리쳐 놓고 식탁에 앉아 있노라니 마주 앉아 있는 여섯 살 딸아이가 수저를 놓으며 오빠 들어오게 문을 열어주자고 하더군요.
“너 오빠 싫다고 했잖아.”
그랬더니 이제는 싫지 않다며 쪼르르 달려가 문을 열고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된 아들의 손을 끌며 들어오는 거였어요. 그 마음이 얼마나 예쁜지 아들에게 나 있던 화가 한순간에 사그리 녹아버렸답니다. 그렇게 예쁜 마음으로 무럭무럭 자라주려무나.
박해선(대구 북구 구암동)


엄마는 아무나 하나

초등학교 2학년인 큰아들이 요즘은 영어 책을 자주 들고 와 절 난처하게 합니다.
“엄마 이거 어떻게 읽어? 이거 무슨 뜻이지? 이거 뜻 알아?”
영어를 처음 배울 때만 해도 잘 가르쳐줘서 “엄마는 모르는 것이 없네”라고 말하면 그렇게 어깨가 으쓱하더니, 요즘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지경이랍니다. “엄마는 그것도 몰라. 그렇게 읽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요즘 자주 합니다.
1년 사이 상황이 역전되다니. “엄마 배울 때는 그렇게 배웠어”라며 은근슬쩍 넘어가 보려 하지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아들이 얄밉기만 합니다.
영어공부를 다시 해야 하는 건지 지금 고민중입니다. 그런데 그런 저에게 아이는 또 매일 TV를 보며 시사·경제 용어 등을 물어보기 시작합니다.
“어, 그건 지금 생각이 나질 않네.” 그냥 넘어가면 좋으련만 몇 시간이 지나 “엄마 아까 기억나지 않은 거 대답해줘야지.”
아∼ 정말 나름대로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나. 공부를 다시 해야 할 판입니다. 회사 다닐 땐 끝도 없이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정신이 없더니 전업주부라고 쉬운 일은 아닌가 봅니다. 질문 많은 아들을 위해 아침부터 신문과 뉴스는 빼놓지 않고 보고, 아들녀석 영어 책도 한번 들여다보는 엄마가 되어 가는 모습이 나쁜진 않습니다. 아들녀석 때문에 뒤늦게 공부를 더 해야만 하지만 마음 한구석으론 좋기만 합니다. 아들도 똑똑, 엄마도 똑똑. 엄마란 정말 어려운 자리인 것 같습니다.
문영주(서울 동작구 상도5동)


엄마 내가 다 부쳤는데?

제가 한두 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좀 바빴습니다. 일요일도 제대로 쉬질 못하고 일을 나가곤 해서 집이 엉망일 수밖에 없었답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아빠랑 많이 친해질 기회가 되었지만.
얼마 전 일이었습니다. 이날은 제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처음 쉬는 날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집안 이곳저곳을 청소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창문 앞에 필통이 떨어져 있지 않겠습니까. 그건 제가 우편엽서를 모아 놓는 필통이었습니다. 놀라서 필통을 열어보니 한 30장 정도 되던 엽서가 한 장도 없지 않겠습니까.
이럴 수가! 저는 아이들을 찾아 물었습니다.
“얘들아, 누가 엄마 우편엽서 못 봤니?”
그러자 다섯 살 먹은 저희 집 큰아들이 너무나 자랑스런 목소리로 “엄마, 내가 다 부쳤는데?”라고 했습니다.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기에 저도 모르게 야단치는 것보다 웃음이 먼저 나왔습니다. 알고 보니 다 제 탓이었습니다.
저는 잡지나 기타 과자봉투 등에 있는 응모권을 자주 오려 붙이는 편이라 항상 우편엽서를 사두는데, 월드컵 때문에 행사가 많기에 욕심내어 한 30장 정도를 한꺼번에 사두었지요.
그런데 아르바이트 때문에 바쁘다 보니 제대로 붙이지도 못하고 그냥 달이 다 지나가 버렸지요. 그리고 엽서를 부칠 때는 항상 저희 아이가 '어린이집' 가는 아침시간에 나가 같이 우체통에 넣곤 했답니다. 우체통에 엽서 넣는 게 그렇게 재미있었나 봅니다. 가끔은 집으로 온 편지도 갔다 넣곤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애가 뭘 만지다가 우편엽서가 수두룩하게 쏟아지는 걸 보고 엄마를 도와주어야겠다는 마음에 엽서를 모두 우체통에 갖다 넣은 것입니다.
이런 우리 아들의 착한 마음을 야단칠 수도 없고, 앞으로는 빈 엽서는 우체통에 넣지 말라고 자세히 설명해주었답니다.
송영아(대구 수성구 수성4가 수성보성@)


큰 차로 사줄게

얼마 전 6살, 4살의 두 아들 녀석과 무더운 여름에 장을 봐 가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낑낑거리고 집에 오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티즈를 탄 아줌마, 대형차(그랜저)를 탄 아줌마, 중형차를 탄 아줌마가 씽씽 지나갔습니다.
둘째 녀석이 “엄마, 엄마는 차 없어?”라고 물어 “그래, 엄마 차 없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왜, 엄마는 차가 없어?”라고 합니다.
별수 없이 “엄만 돈이 없어서 차를 못 샀어. 네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하나 사줘”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응”이라고 합니다.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음 엄마, 내가 나중에 마티즈 사줄게“ 그럽니다.
좀 우습고 기특하기도 해서 “그래 고마워. 근데 엄마는 좀더 큰 차가 좋겠는데” 했더니 작은애가 한참 고민하더니 “엄마 그럼 소방차나 레미콘 같은 차 사줄까?” 그러는 게 아니겠습니까. 순간 어찌나 우습던지요. 한바탕 웃고 나서 “소방차나 레미콘이 큰 차야? 그래 그럼 그걸로 사줘” 했더니 얼굴 가득 미소지으며 신나서 먼저 뛰어갔습니다. 아마 아이가 알고, 좋아하는 큰 차 중에 아주 고심해서 고른 차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명진(부산 금정구 구서2동 선경3차@)


만원의 힘

“빨리 만원 줘!”
사소한 말다툼 때문에 몇 시간째 입을 다물고 있는 제게 배시시 웃으며 다가온 남편이 “내가 사과할게. 별것도 아닌 일로 괜히 언성을 높였네”라며 말을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예상했던 대로 만원을 달라며 성화를 부렸습니다.
만원을 놓고 이렇게 서로 밀고 당기는 혈전(?)이 시작된 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절대 양보하지 않는 저희 부부의 성격 때문에 길어지는 냉전을 조기에 종식시키려는 애틋한 발상에서 비롯됐습니다. 어떤 이유로 싸움이 시작됐든, 누구의 잘못이든 간에 먼저 화해를 청하는 사람에게 상대편이 만원씩 주자는 규칙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아무래도 서로 감정을 조금 더 자제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도였답니다.
오늘도 남편이 별 뜻 없이 한 말에 마음 상한 제가 몇 시간째 말을 않자 '기회다' 싶은 남편이 먼저 사과를 하곤 만원을 내놓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억울한 감이 없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만원을 내놓았고, 돈을 챙긴 남편은 나가더군요. 남은 속이 쓰려 죽겠는데 혼자 어딜 가는 건가 싶어 심통 난 제게 잠시 후 들어온 남편은 한아름의 장미를 내밀었습니다. 마음과는 달리 “어디서 이 많은 꽃이 생겼냐”며 퉁명스런 제게 남편은 연신 웃는 얼굴로 오늘이 무슨 날이지 생각해 보라고만 했습니다. 그제야 달력을 보니 저희 부부가 처음 만난 날이었습니다. “그러잖아도 올해는 특별히 장미 백 송이를 선물하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만원이 더 생겨 와인까지 챙길 수 있었다”며 남편은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저로서는 너무 크고 소중한 '만원의 힘'을 절실히 느낀 행복한 사건이었답니다.
천미향(경남 진해 청안동 녹신1차 부영@)




마른하늘에 포도벼락

작년 이맘때 포도주를 담그려다 흠뻑 뒤집어쓴 일이 생각납니다. 과일 트럭에서 파는 포도가 싸기에 1박스를 샀는데 나중에 보니 시기만 하고 맛이 없어 포도주를 담그기로 했습니다. 담을 만한 큰 병이 없어 페트병 2개를 깨끗이 씻어 포도를 한 알씩 손가락으로 밀어 넣는데 큰아이가 재미있어 보였는지 도와준다며 한 알씩 함께 넣었어요. 며칠이 지나 담가둔 포도주를 맛보고 싶어 큰아이, 작은아이와 함께 거실에 앉아 병마개를 여는 순간.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포도알들이 기관총 발사되듯 '푸다다닥'거리며 거실 여기저기로 날아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갑자기 그런 난리가 터지니까 어쩔 줄을 모르겠더군요. 포도알은 알대로 껍질은 껍질대로 포도즙은 분수처럼 치솟다가 '푸시식'거리며 가라앉았습니다.
그야말로 망연자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이게 웬 날벼락, 아니 포도벼락인지.
큰아이와 저는 서로 눈만 보며 멀뚱거리고 있는데 작은아이는 그 와중에도 제 얼굴에 흘러내린 포도주를 핥아먹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후 거실은 포도밭이 되어 끈적거리는 것들을 치우느라 생고생을 했습니다.
몇 개월이 지난 후에 거실 장식장 위에서 포도껍질이 발견되기도 하고, 천장 벽지엔 포도 물이 들었습니다. 무식한 저를 봐서라도 여러분은 페트병같이 입구가 좁은 곳엔 절대 과실주 담그지 마세요. 큰일난답니다.
박미영(부산시 서구 초장동)


미운 세 살의 공주님

제 딸은 세 살입니다. 미운 세 살이죠. “엄마, 엄마” 하던 때가 몇 달 전인데 지금은 청산유수로 말을 잘한답니다. “엄마! 왜 내 까까 먹어!” “엄마, 나 이거 입을 거야” “왜 설거지 안 해!” 딸인지 상전인지 기도 안 찬답니다.
그런데 요 얄미운 딸이 TV에서 나오는 월드컵 경기를 보더니 이천수 선수를 너무 좋아하는 겁니다. “엄마 텬수(천수) 오빠 어딨어?” “텬수 오빠 언제 나와?” “텬수 오빠 나왔다. 와!”
TV에서 흘러나오는 “대∼한민국” 소리에 기립한 채 손과 입으로 “차차차 착착”, “오∼필승 코리아∼”하고 노래가 나와도 기립한 채 “오∼ 코리아∼”
열 아들 안 부러운 미운 우리 딸. 쳐다보면 뭐라는지 아세요?
“왜! 왜 쳐다봐∼, 너무 예뻐서 쳐다봐?” 우리 딸은 공주인가 봅니다.
W세대라는 우리 딸과 함께 날 잡아서 천수 오빠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자! K리그로.
정선순(서울 은평구 응암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