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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인 간염·당뇨병 없다 /당뇨 피하려면 부지런하게 살아야

2008-06-27|조회 391

나이들어도 病弱해지지 않다가 사망직전에야 發病
콜레스테롤 수치 낮아 … 감기·폐렴 등이 주요 死因



▲사진설명 :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 사는 이성수(101)할아버지는 우리나라 최고령 ‘복덕방 할아버지 ’로 추정된다.




관련특집
- 100세를 사는 사람들






백세인(百歲人)이 되려면 당뇨병과 간염을 막아라.

박상철(朴相哲·53) 서울대 의대 교수의 체력과학노화연구소와 조선일보 취재팀이 전국의 100세 이상 노인 103명(남자 13명·여자 90명)을 인터뷰해 이들의 의학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당뇨병과 간염 환자가 드물었다. 인터뷰한 103명의 백세인 가운데 당뇨병이 의심되는 노인은 4명뿐이었으며, B형 간염 보균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또 나이가 들수록 병약해질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념은 백세인들에겐 통용되지 않았다.

이들은 일생을 거의 질병 없이 건강하게 지내다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질환과 장애가 한꺼번에 나타나 사망하는 과정을 겪었다. 특히 우리나라 85세 이상 장수 노인들의 경우, 암(癌)이나 동맥경화 같은 퇴행성 질병보다 감기나 가벼운 폐렴 등이 주요 사망 원인이었다.

◆ 당뇨병과 간염이 없다

백세인들에게 당뇨병이 드물다는 점은 한국과 일본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최근 내한한 일본 백세인 연구 전문가 노부요시 히로세(56) 게이오 의대 교수는 “일본 백세인의 가장 큰 의학적 특징은 당뇨병 환자가 매우 적다는 점”이라며 “100세 이상 남성의 1.5%, 여성의 2.2%만 당뇨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뇨에 걸리지 않으려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윤호(39)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10~20%가 당뇨를 앓고 있지만, 백세인은 5% 미만이 당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에 조사한 백세인(103명) 가운데 남자의 평균 혈당치는 115.9㎎/㎗, 여자는 104.3㎎/㎗였다. 혈당치가 200㎎/㎗ 이상이면 당뇨병 환자로 분류된다.

일반 인구의 6.3%가 B형 간염 보균자인 데 비해, 인터뷰한 백세인 가운데 B형 간염 보균자가 전무(全無)하다는 사실도 눈에 띈다. 특히 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인 알부민의 수치가 높게 나왔다. 이는 간 기능이 좋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박상철 교수는 “알부민 수치는 노인의 건강과 활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고 말했다. 히로세 박사는 “일본 백세인의 경우 알부민 수치가 3.5g/㎗ 이상이면, 그 이하인 백세인보다 당뇨 등 성인병에 적게 걸렸으며 치매 환자도 적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조사한 우리나라 백세인들의 혈청 알부민 평균치는 3.9g/㎗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사 등으로 알부민을 인위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최윤호 교수는 “꾸준한 운동이나 규칙적인 생활습관으로 간(肝)이 근본적으로 좋아져야 장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혈중 콜레스테롤 평균 수치는 남·녀 백세인 모두 174.6㎎/㎗로 일반 성인보다 상당히 낮았다. 전문가들은 “혈중 콜레스테롤은 중년(中年)들에게 심장마비나 뇌졸중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자”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초고령자가 되면 콜레스테롤의 위험이 감소한다는 보고도 있다. 85세 이상 노인의 경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은 악성종양과 감염에 의한 사망률이 낮아 장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체 조건의 변화로 혈압은 일반인들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남자 백세인의 평균 혈압은 136.3/76.4㎜Hg였고, 여자는 149.3/86.6㎜Hg였다.

◆ 노화(老化)는 병이 아니다

최근 프랑스에서 100세 이상 노인 700명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58%의 노인들이 건강에 이상이 없거나 매우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백세인들 조서 결과와도 맥이 통한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 사는 이성수(101) 할아버지는 아직도 안경 없이 책을 읽는다. 틀니를 했지만 술을 빼고는 가리는 음식이 없다고 한다. 술은 체질상 한 잔도 못 마신다. 그러나 담배는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피우고 있다. 보약은 먹어본 적이 없고 병원에 가본 기억도 가물가물하다고 한다. 현재 읍내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이 할아버지는 우리나라 최고령 ‘복덕방 할아버지’로 추정된다.

그는 “주는 대로 잘 먹고, 많이 걷는 게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할아버지는 오전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집에서 사무실까지 1.5㎞를 매일 걸어서 출근한다. 방을 구하러 오는 손님도 언제나 걸어서 안내한다. 이 할아버지는 “지난해 읍내로 이사오기 전까지는 4㎞ 거리를 매일 걸어 다녔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이는 차이가 나지만 동네 친구(?)라는 윤태원(77) 할아버지는 “평생 남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기 때문에 장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할아버지는 일제시대 면사무소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그의 업무는 벼 수확량을 조사해 일본인 상관에게 보고하는 것. 이런 일을 하면 마을 사람들에게 욕 먹기 십상이지만, 이 할아버지는 주위의 험담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마을 사람들의 벼 생산량을 조금씩 줄여서 신고한 덕분에 주변의 인심을 얻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할아버지 덕분에 세금을 덜 냈다”며 해방 후 할아버지에게 친일파란 손가락질을 하지 않았다.

빨치산이 설칠 때도 이 할아버지는 해를 입지 않았다. “밤 손님(빨치산)이 와도 꾸벅 절하고, 낮 손님(국군)이 와도 꾸벅 절하고…. 남을 미워하지 않고 둥글둥글 살다보니 큰 병 앓지 않고 100살이 됐네.” 이 할아버지는 박상철 교수 팀이 조사한 ‘의학적 조건’ 처럼 당뇨나 간염이 없었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았다. “몇 살까지 살고 싶냐”고 묻자, 이 할아버지는 “인명은 재천(在天)인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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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피하려면 부지런하게 살아야

서울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의 ‘장수 보고서’ 결과는 의학적인 장수 요건과 상당히 일치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00세 노인에게서는 뇌졸중·당뇨·심장질환·간염 등의 만성질환 유병률이 극히 낮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87%가 고혈압·뇌졸중 등 각종 성인병과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는 노인복지 평가조사와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우리나라 사람 3명 중 1명이 뇌졸중·심장병으로 죽음을 맞고, 4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하는 데 비해, 100세 이상 노인의 주요 사망 원인이 폐렴 등 급성질환이라는 보고서 내용도 그들이 사는 동안 만성질환에 시달리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당뇨병이 거의 없는 현상은 그들의 부지런한 신체 활동과도 연관된다. 신체 활동이 많으면 많을수록 당뇨병 발생 확률은 낮아진다. 혈중 콜레스테롤치는 한국인의 평균치 188㎎/㎗보다 10 이상이 낮다. 이로 인해 심장질환·뇌졸중 발병 위험이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에게서 간염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은 한때 국내 간염 유병률이 10%에 육박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체력과학노화연구소는 “그들이 건강을 위해 뭔가를 적극적으로 했다기보다는 건강을 해치는 요인들을 피해갔다”며 “타고난 세포와 장기의 수명을 그대로 유지한 채 본래의 수명을 깎아먹지 않도록 ‘잘 늙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즉 그들은 인간으로서 가장 자연스럽고 편한 삶을 유지한 것이다.

낙천적인 삶도 장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의 조사 결과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가 보스턴 지역 100세 이상 노인을 분석한 ‘100세 장수 보고서’와도 일치한다. 유전자 조사에서는 ‘ACE’ ‘APOE’ 등 장수와 관련된 유전자가 국내 100세 노인들에게서 더 많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이는 서구인을 대상으로 한 장수 유전자에 대한 인종적 차이로 해석될 수 있으며, 적은 표본 수의 한계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100세 노인의 형제들은 90세 이상까지 살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4배 높다는 점에서 그들의 장수에 유전적 요인도 상당히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金哲中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