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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10년째 무료 배식, 윤영일 목사

2008-02-05|조회 192
노숙자 10년째 무료 배식, 윤영일 목사

“믿음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지요”...노숙자 발 씻기는 꿈에서 예수님 보고 울어 



▲'밥생명공동체'를 이끌며 노숙자 무료배식을 하고 있는 윤영일 목사©뉴스미션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 (누가복음 6:38)

‘밥생명공동체’ 윤영일 목사의 하루는 오늘도 바쁘게 흘러간다.

인천 부평에서의 무료 점심 배식을 마친 후, 그는 곧장 서울 대학로로 건너가 봉사자들과 함께 저녁 배식을 준비한다. 300인분의 밥과 국, 커피를 트럭에 싣고 배식장소에 도착하자, 벌써 많은 수의 노숙자들이 모여 윤 목사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따뜻한 국밥이 노숙자들에게 전해진다. 종일 얼어 있던 노숙자들의 마음이 국밥 한 그릇에 스르르 녹아내린다. 식사 후 빈 식기를 수거해 한바탕 설거지를 마친 후에야 비로소 이 날의 모든 배식은 끝이 났다.

노숙자들에게 무료 급식을 진행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윤 목사에게 이러한 일과는 이미 익숙한 것이 됐다. 쉼 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들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그래도 윤 목사는 결코 힘들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힘들지 않아요. 자기 일을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면 힘이 드는데, 이건 철저히 내 일이 아니고 하나님의 일이거든요. 하나님이 기적으로 이 일을 이끌어 가신다는 것을 매일 느끼고 있는데, 힘들 리가 없죠. 힘들면 안 해요.”

하나님의 기적이 10년 동안 무료배식 이끌어

기적은 여러 차례 그를 찾아왔다. 어느 날 봉사를 하러 왔던 한 중년의 부인이 “혹시 닭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며 연락처를 남기고 갔다. 그 후 복날이 되어 연락을 했는데, 봉사자는 그 때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도 계속 닭을 보내왔다. 알고 보니 그 봉사자는 유명 닭고기 회사 사장의 부인이었고 게다가 철저한 불교신자였다.

“이렇게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통해 행하십니다. 그래서 개신교 신자가 아닌 불교 신자를 저에게 보내신 것이지요. ‘비록 불교 신자지만 너 하는 일에 감동해서 도움을 주는 것을 봐라. 그러니 딴 생각하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라’ 하고 저한테 말씀하신 거예요.”

무료 배식 경험이 있던 노숙자가 노숙생활에서 벗어나, 오히려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일도 있었다. 어느 날 김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남자가 찾아와, 그에게 김치를 대주겠다고 했다. 자신도 노숙자 생활을 하며 무료 급식으로 끼니를 때웠던 때가 있는데, 그 때의 빚을 갚기 위해 김치를 대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유명 죽 회사에서 직영점의 순수익을 보내오는 등 지금도 기적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기적으로 윤 목사의 ‘밥생명공동체’는 여기까지 왔다.

“모든 일은 하나님께서 하시게 두고 난 그냥 거기에 심부름꾼으로 있는 거예요.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내가 끼어있다는 것을 아는데 이 일을 놓쳐선 안 되죠. 세상에 다시 한 번 태어날 기회를 준대도 난 이걸 택할 거예요. 어떤 일도 이 이상 가는 게 없거든요.”

무료 배식 시작과 갈등의 극복…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

윤 목사에게도 부목사로 재직하며 목회 생활을 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 무렵 대학로에 있던 노숙자 열 댓 명을 보게 됐고, 문득 저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대학로에 있는 노숙자들에게 점심을 제공했다. 시작할 때 열 댓 명에 불과했던 노숙자 수는 갈수록 점점 늘어갔다. 6개월이 지났을 즈음, 윤 목사는 ‘이 일을 내가 꼭 해야 하나’ 하는 심각한 갈등에 직면해야 했다.

“밥 푸는 일을 할 거였다면 일반 대학과 신학대학원을 거치는 과정이 무엇 때문에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그 때는 들었었지요. 결국 갈등을 단박에 해결해 주신 것은 하나님이셨어요.”

갈등의 나날을 보내던 그는 어느 날 노숙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꿈을 꾸게 됐다. 한 사람 한 사람 발을 씻겨주다가 어느 발 앞에 멈추게 됐는데, 바로 예수님의 발이었다. 그는 예수님 앞에서 회개하며 울었고, 예수님은 그런 그를 가만히 감싸주었다. 그 꿈을 꾸고 난 이후로 그를 괴롭히던 갈등은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다. 대신 그는 ‘이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강한 확신을 얻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일에 쓰려고 인생 전체를 하나님께서 만들어 가신 것 같아요. 이 일을 위해 대학도 필요했고, 교회에서의 목회생활도 필요했지요. 하나님께서 계획을 세우시고 해나가시는 데 있어서 참 철두철미하세요. 계획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어요. 그러니 하나님 앞에 두 손을 들 수밖에요.”

하나님의 시각으로 노숙자를 바라봐야

처음에는 툭하면 시비가 붙고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노숙자들도 점점 순하게 변해갔다. “봉사자들이 그 사람들을 사람으로, 형제로, 자매로 취급해주면 그 사람들도 우리를 그렇게 봐줘요. 지금은 노숙자들이 식사도 질서정연하게 하고 일도 잘 도와주고 있지요.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요.”

윤 목사는 항상 식사 후 노숙자들에게 커피를 제공한다. 일반인들이 밥을 먹고 난 후 커피 한 잔을 여유 있게 즐기는 것처럼, 그들에게도 같은 대접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자신의 모든 여건이 그들의 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시각으로 낮아져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는 게 윤 목사의 생각이다.

그래서 윤 목사는 노숙자들에게 뭔가를 ‘베푼다’는 생각으로 오는 봉사자들에게는 ‘그만 와 달라’고 얘기한다. 섬기는 자세가 아닌 교만한 생각을 가지고 임하면 서로가 힘들다는 것이다.

행동과 동시에 역사하시는 하나님

윤 목사는 “믿음이라는 건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말한다.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아무 기적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동으로 옮기면 그 순간부터 하나님은 기적을 베풀며 함께 하십니다. 생각만 하고 있으면 절대 역사하지 않으세요. 행동과 동시에 역사해 주시지요. 봉사도 그래요. 봉사하고 싶다고 맨날 생각만 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평생 못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 생각이 있으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고, 그럼 그때 비로소 내 존재가 하나님께 알려지게 되지요.”

하루하루 믿음을 직접 행동으로 실천하며 살아가기에, 윤 목사는 “오늘도 자신 있게 하나님을 위해 살았다”고 말한다. 하나님도, 예수님도 노숙자들에게 밥을 직접 해다 줄 수는 없지만, 해다 줘야 하기 때문에 자신을 쓰신다는 것이다.

현재 윤 목사는 대학로와 천안, 부평에서 노숙자들에게 무료 배식을 하고 있다. 그는“몸이 한 개라 겨우 세 군데에서밖에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른 지역으로도 차차 무료 배식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님께서 필요로 하시는 일에 자꾸 낄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일에 손발이 되어 동참하면, 그것으로 나는 ‘오늘 하루도 주님을 위해서 살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목적 있는 삶을 사는 길이며, 진정한 기쁨이고 환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