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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음한 다윗과 밧세바, 왜 죽이지 않았을까?

2008-03-14|조회 217
간음한 다윗과 밧세바, 왜 죽이지 않았을까?

















간음한 다윗과 밧세바, 왜 죽이지 않았을까?

KAATS 최우수 논문상-

김지연의 “신명기 간음죄 규정(신22:22)과 ‘다윗과 밧세바 이야기’(삼하11-12장) 비교연구”



흔히 십계명과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의 법들이 모세 시대에 한꺼번에 생겨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레위기 20장 10절과 신명기 22장 22절을 보면, 간음한 남자와 여자는 예외 없이 반드시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 본문들보다 뒤에 나오며 성서의 간음에 관한 이야기들 중 대표 격인 사무엘하 11-12장의 ‘다윗과 밧세바 이야기’에서 다윗과 밧세바는 명백한 간음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성서의 한 곳에서 야훼 하나님의 권위로 엄중히 명령된 법이 성서의 또 다른 부분에서는 전혀 지켜지고 있지 않으니 이것은 분명 모순이 아닌가?지난 2007년 전국신학대학협의회(KAATS) 최우수 논문상에 7명이 선정됐다.

그 가운데 구약학을 전공한 김지연(감신대학원, 사진)의 석사학위논문이 주목을 받았다. 김지연은 “신명기 간음죄 규정(신22:22)과 ‘다윗과 밧세바 이야기’(삼하11-12장) 비교연구”에서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다. <편집자 주>


초기왕정시대에는 구속력있는 사법제도 없었다

김지연은 그 이유를 다윗과 밧세바 시대에는 신명기 간음죄 규정과 같은 법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데서 찾고 있다. 그는 아놀드 앤더슨(Arnold A. Anderson)의 견해에 착안하여 다윗과 밧세바 시대(주전 10세기)에는 신명기 간음죄 규정(주전 7세기)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여러 가지 차원에서 논증하고 있다.

김지연은 다윗시대(주전 10세기)는 신명기 사가시대(주전 7세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성 모럴(moral)이 훨씬 자유로웠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사사시대의 사사들은 거리낌 없이 이방여인과 결혼(기드온, 입산, 삼손 등)했으며, 사사기 19장의 ‘레위인의 첩 이야기’를 보아도 행음한 첩을 사형시키지 않고 오히려 달래어 데리고 온다.

또한 사울이 자신의 딸 미갈을 다윗에게 주었다가 다시 라이스의 아들 발디에게 주어버린 일화(삼상25:44)에서, 미갈은 분명 다윗의 아내였음에도 혼인관계가 말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남자의 소유가 된다는 것은, 신명기법의 기준으로 보면 명백히 간음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다윗을 기점으로 당시의 성 모럴을 볼 때, 신명기 법이 적용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초기 왕정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분화와 발달의 단계로 미루어 볼 때 신명기 간음죄 같은 규정을 담을 수 있는 일원화되고 강제적 구속력이 있는 사법제도가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명기 간음죄 규정은 다윗과 밧세바 사건에 대한 해석학적, 법률적 처방

‘다윗과 밧세바 이야기’는 신명기 사가에 의해서 다윗설화 전체의 전환점(turning point)을 이루는 일종의 ‘원죄’(The Original Sin)와도 같은 사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통일 이스라엘의 군주로서, 나단 신탁을 통해 그의 왕조가 영원할 것이라는 하나님의 약속까지 받은 다윗은 한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이미지와 역할에 있어서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나단을 통해 주어진 하나님의 심판은 바로 뒤에 나오는 암논과 다말의 사건, 압살롬의 반역, 아도니야의 역모와 처단 등에서 신속하게 실현되고 있다. 다윗은 이 사건들 속에서 무기력한 가장, 군주로 그 이미지가 현저하게 추락되고 있다.

그렇다면 신명기 사가는 다윗이라는 한 위대한 영웅의 개인적인 실수내지 과오라고 할 수 있는 밧세바와의 간음을 왜 이렇게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을까? 이는 다윗과 밧세바의 간음 사건은 단지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범죄에 그치지 않고 이웃과의 연대,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 하나님과의 관계마저 위험에 빠뜨리는 대단히 심각한 범죄로 보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신명기 사가의 ‘다윗과 밧세바 이야기’에서 간음은 왕정제도의 모순과 폐해, 그로 인한 이스라엘의 정체성 혼란과 국가의 쇠락, 이 모든 것에 대한 총체적 유비(analogy)로 작용하고 있다.

이것은 배교(apostasy)를 곧 영적 간음행위(adultery)로 간주해온 오랜 예언자적 전통(호세아, 예레미야 등)에 영향 받은 신명기 개혁가들의 강력한 배타적 유일신론에 그 맥이 닿아 있다. 신명기적 개혁가들의 이러한 사상적 테두리 내에서 간음은 배교에 버금가는 심각한 범죄로 간주되었다. 그러므로 이런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다윗과 밧세바가 어떤 법적 처벌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간음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약성서에서 법은 항상 공동체의 기억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이스라엘 공동체가 하나님과 자신들의 관계에 있어서 중대한 전환을 이루는 어떤 순간들을 경험했을 때, 그들은 언제나 이 경험들을 법의 형태로 기록하여 영원히 기억하려 했다(유월절 규정이나 홍수 직후 피 금령(창 9:4) 등.) 그러므로 우리는 신명기 법을 입안한 개혁가들의 뇌리에는, 다윗과 밧세바 사건은 비록 그들의 시대로부터 350년 전의 사건이기는 했지만, 이스라엘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의 삶에서 반드시 반성되고 극복되어야 할 반면교사와도 같은 상징적인 범례로 여겨졌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신명기 간음죄 규정과 ‘다윗과 밧세바 이야기’의 관계성을 볼 때, 신명기 간음죄 규정은 다윗과 밧세바 사건에 대한 해석학적, 법률적 처방일 수 있다는 가정을 낳게 만든다.

성서를 보는 역사의식과 시대분별 능력 있어야

김지연은 신명기 사가는 다윗과 밧세바의 간음이라는 고전적인 일화를 통해 바로 자기 시대의 문제를 성찰해 가고 있다고 말한다. 신명기적 개혁은 주전 7세기 후반 국가 존망의 위기 속에서 국가와 민족의 새로운 정체성 확립을 통해 그 땅에서의 생존과 번영을 모색하려는 몸부림이었다. 개혁가들은 무엇보다도 “이스라엘은 누구인가”, “이스라엘은 어떠해야하는가”라는 정체성의 문제를 놓고 고민했고, 그 결과물이 법의 언어로 표명된 바로 ‘신명기 법전’이고, 또 이야기로 표현된 것이 ‘신명기 역사서’라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사는 시대는 심각한 도덕적 위기와 가정의 붕괴, 문란한 성문화가 곳곳에 만연돼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찬으로서 신명기 사가들의 역사의식과 시대를 분별할 수 있는 눈을 우리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민족이 곧 꺼져버릴 것 같은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신명기 사가들이 도덕적, 신앙적 정체성을 찾아 민족을 바로 세우려 했던 눈물로 그려낸 기록 속에서 오늘 우리들이 찾아내고, 행해야 할 바른 가치는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뉴스앤조이 기독교타임즈 정택은 기자/크리스천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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