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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의 말은 ‘플라시보'

2008-06-07|조회 192
 새해가 밝았다. 우리를 어렵게 했던 것은 지나가고 이제 새것이 펼쳐졌다. 새해는 통일 국가를 대비해 국가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가 있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다. 또 2002 FIFA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와 부산 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등 한반도에서 펼쳐지는 스포츠 열전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가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해가 될 것이다. 이러한 국가 대사는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이다.
마이클 다우니는 그의 책 「희망은 희망하는 데서 시작된다」에서 시대적으로 사회의 음울한 분위기와 우울증에 시달리며 희망을 찾는 이들에게 두 가지 확신을 준다. 하나는 인간이기 위해 희망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며, 또 하나는 궁극적 희망은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선사된다는 것이다.
고통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희망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그래서 희망은 영원하다. 그것은 믿음인 동시에 사랑이다. 새해 새로운 삶의 자세를 취함으로써 우리는 아름다운 미래를 가꿀 수 있다.

우리를 슬프게 한 것들
지난해에는 우리를 슬프게 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납치된 여객기들이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국방부 건물로 돌진해 사상 초유의 동시 다발 테러가 일어났다. 미국은 배후 인물로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하고 그를 비호하던 아프가니스탄에 공습을 가했다.
세계 경제가 심한 불황으로 허덕이는 가운데 남미의 아르헨티나는 외채 1,320억 달러의 지불유예를 선언해 국제 금융 시장을 긴장시켰다. 미국과 영국 등 6개국 국제 컨소시엄인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미국 생명공학 벤처 기업인 셀레라 제노믹스는 인간 게놈 지도를 완성해 인류 최후가 될 바벨탑 사건을 재현해 놓았다. 구제역, 광우병 파동으로 세계 각 국의 가축들이 도살·폐기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총리에 당선된 것을 기점으로 일본은 우경화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우리가 역사 교과서 왜곡 파동에 골몰하는 사이, 일본 총리는 A급 전범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공식 참배했다. 인티파다로 촉발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 충돌은, 강경파 아리엘 샤론이 이스라엘 총리로 당선되면서 가속회되어 자살 폭탄 테러가 잇따라 발생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국내적으로는 무엇보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었던 한해였다. 수출은 지난해 3월 이후 감소 행진을 계속했고 9·11 미국 테러 사태는 세계 경제 회복 전망 시기를 더욱 늦췄다. 금리가 급락하면서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 0’ 시대를 맞았다.
언론사 세무조사 태풍과 언론개혁 공방, 햇볕정책의 지속 논란, 금강산 관광의 침체로 남북 화해의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벼 수매가 동결로 농민들의 한숨이 늘었고 널뛰기 수능으로 수험생들은 그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보냈다. 거리에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과 실직자, 퇴직자, 노숙자들의 희망 잃은 눈길들이 가득했다. 한국 영화가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그 내용은 희망이 없었다. 사랑과 용서와 격려보다 ‘조폭 신드롬’이라는 키워드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말았다.
정치는 또 어떠했던가. 지난해 새해 벽두 ‘의원 꿔주기’로 시작해 자고 일어나면 터지는 각종 게이트와 권력형 비리 의혹, 방탄 국회, 끝없는 여야 대립, 일단 내뱉고 보자는 식의 폭로 정치 등 한국 정치의 후진성이 우리를 슬프게 했다.

축복의 말은 ‘플라시보 효과’
의학 용어 가운데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가 있다. 이 용어는 투약 형식에 따르는 심리 효과를 말한다. 환자가 고통을 호소할 때 의사는 이따금 모르핀 대신 젖당·녹말·증류수나 생리 식염수 등과 같은 비활성인 약품을 환자에게 주어 유익한 작용을 나타내게 될 때 쓰이는 말이다.
지금 우리는 말(언어)의 플라시보 효과가 필요한 시기이다.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세상 사람들은 혼돈과 두려움으로 미래를 바라보지만 크리스천은 소망과 확신을 갖고 바라본다. 크리스천은 사람의 마음에 희망과 기대감을 주고 자신의 내부에 숨어 있던 능력을 일깨워 주는 말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영적인 플라시보 효과를 나타내야 한다. 크리스천에게는 “무엇이 어떻다”라고 말하면 그대로 실현되는 영적인 힘이 있다. 잠언서에 따르면 말 한 마디로 죽고 산다고 했다(잠 18:21). 이는 곧 언령관념(言靈觀念)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사랑하는 가족이, 미워하는 이웃이, 막역한 친구가 하나님께 복을 받도록 덕담을 나누자. 육당 최남선은 “새해에 서로 복을 기원하는 이유는 ‘그렇게 되라’는 축원이 아니라 ‘벌써 그렇게 되셨다니 고맙습니다’라는 경하의 뜻이 담겨져 있다”고 말했다.
그 영적인 힘으로 정치권을 축복하자. 지난 50여 년 간 우리 국회는 입법부가 아닌 ‘통법부’(通法府)의 역할에 충실했던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경제 개발의 과정에서 대통령과 행정부의 역할은 강화되었고 국회는 정책 결과를 옹호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통령 선거와 지자체 선거 때에도 표를 몰아달라고 외칠 것이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하나님이 그의 전능하신 손으로 공의가 하수같이 흐르는 나라를 만들도록 정치를 축복하자.
경제가 회생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말을 나누자. 새해에는 경기가 좋아져 서민들의 주름살이 펴지고 빈부 격차도 줄어들어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실업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수출과 주가가 상승하면 땀흘린 만큼 대가가 돌아오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웃과 나눔은 크리스천의 삶을 풍성하게 한다. 나눔은 주고받는 모든 사람을 성숙시키는 선물이 되기 때문이다. 나눔의 특징은 ‘전염’되며 나눌수록 커진다. 어려운 이웃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이 돕지 못해도 주변 사람들과 연결해 도움의 손길이 닿도록 하는 데서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에 무너진 가정이 바로 서고 사회에 만연한 성적 타락과 도덕적 해이가 회복될 수 있다고 말해 보자. 올해는 닫혔던 북한 땅이 활짝 열려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과 통일의 밑거름이 되는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긍정하자. 또 저질·퇴폐·음란 문화가 사라지고 사람을 살리는 문화를 꽃피우자고 결의하자. 그리고 무엇보다 남을 헐뜯거나 시비만 벌이지 말고 서로 칭찬해 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자.

하나님의 기쁘신 뜻
독일의 작가 안톤 슈낙(Anton Schnack)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에서 “아버지의 편지에 ‘사랑하는 아들아, 네 소행들로 인해 나는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지새웠는지 모른다…’라고 씌어진 글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썼다. 정치권의 잘못된 소행은 국민을 슬프게 했다. 국가의 잘못된 권력 행사도 우리를 슬프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잘못된 행동이 하나님 아버지를 슬프게 했다.
그러나 현실이 아무리 비관적이라 하더라도 언제까지 패배주의에 발목 잡혀선 안 된다. 이제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각오로 맞은 새해에 하나님 안에서 희망을 말하자. 이것이 우리를 진정으로 기쁘게 할 수 있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로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 2:13).

권영삼 기자 yskwon@tyrann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