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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의 붕괴된 리더십

2008-06-07|조회 388
“선인과 악인은 종이 한 장 차이다”란 말이 있다. 이른바 위대한 일, 훌륭한 일을 하는 리더라고 자부하는 모든 사람들의 영혼 속에는 그들의 위대성만큼 위험한 검은 그림자들이 가능성으로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고든 맥도날드(Gordon McDonald)는 이것을 가리켜 불시에 튀어나와 우리와 주위 사람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암살자(Assassin)적인 본능”이라고 했다.

불우한 가정 환경
지난 46년 8월 19일 미국에 빌리(Billy)라는 아이가 태어났다. 안타깝게도 빌리가 태어나기 석 달 전에 그의 아버지는 교통 사고로 이미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홀몸으로 빌리를 낳은 어머니는 장차 살아갈 일이 걱정이었다. 생각 끝에 어머니는 뉴올리언스로 가서 간호사 학교에 다니기로 하고 빌리를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겼다. 사랑하는 아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3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마침내 어린 아들과 엄마는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빌리의 어머니는 새로운 결혼 생활을 시작한 상태였다. 의붓아버지는 술과 도박을 좋아하고 사생활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심지어 가족에게 폭력까지 행사했다. 빌리와 어머니는 이 남자로 인해 많은 고난을 겪어야 했다.
빌리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자신과 어머니를 향해 총을 쏘는 의붓아버지를 피해 달아나 경찰을 부른 적도 있었다. 그 외에도 빌리는 아버지의 숱한 폭력의 위협에 시달리는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마침내 빌리가 16세가 되던 해에 참다 못한 어머니는 의붓아버지와 이혼하고 만다. 이때부터 빌리는 자신이 맏이로서 가정의 대들보 역할을 해야함을 알게 된다. 빌리는 자신의 불우한 가정 환경을 상쇄시키기 위해선 세상에 나가서 하는 모든 일, 학업이나 운동이나 사회 봉사 활동에서 탁월함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가족의 새 영웅이 됨으로써 기억하기도 싫은 힘든 과거를 딛고 일어설 수 있다고 믿었다.
빌리는 탁월한 리더로 성장했다. 보이스카우트가 되어 워싱턴을 방문해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악수하기도 했으며, 웅변 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했고, 학교에서도 최고 우등생 반열에 올랐다. 그는 그렇게 함으로써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른 술주정뱅이 의붓아버지로 인해 우울해진 집안의 이미지를 지우려 했다.
빌리와 그의 어머니는 결코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집안에 그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그들은 겉으로 더 도덕적으로 보이려했고 교회도 열심히 다녔다. 다른 사람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 했고, 외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함으로써 남에게 인정받으려 했다. 빌리와 어머니는 ‘해서는 안 되는 것’과 ‘반드시 해야 할 것’을 가훈으로 정해 엄수하려 했다. 빌리는 늘 다른 사람 앞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그의 좋은 매너와 화술은 어디서건 사람들의 호감을 샀다.
그는 항상 모든 것이 잘 돼 가고 있는 것처럼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려했다. 자신이나 가족의 문제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감정을 투명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속으로 분노와 고통을 가득 담고 있으면서도 겉으로 천사의 마스크를 쓰고 사는 이중적 삶에 점점 익숙해져 갔다.
그러나 빌리는 명석한 두뇌와 무서운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하나씩 자신의 꿈을 이뤄나갔다. 조지타운대학에 진학하고, 로즈 장학생으로 뽑혀 옥스퍼드대학에서 수학하고, 예일대학 법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정치가의 길로 입문한다.

리더의 붕괴된 내면 세계
이 빌리가 바로 92년에 46세 젊은 나이로 미합중국의 42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빌 클린턴(Bill Clinton)이다. 클린턴은 대통령이 되어서도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인격의 투명성에 대해서 계속 심각한 문제를 보였다. 학창 시절에 징병을 기피했던 사실, 대학생 때 마약을 했던 사실, 주지사 시절의 여성 편력 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그는 부인했고 거짓말로 일관 했다. 심리학자들은 클린턴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 그로 하여금 끊임없이 현실을 부정하는 거짓말을 하게 했고,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것보다 핑계를 대고 교묘한 말재주로 자신을 미화시키려 하는 이중 성격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또 가정의 불화를 상쇄시키기 위해 항상 외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호감을 사야 했기에 명확한 신념 없이 모든 이익 단체들에게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무책임한 지원을 약속하는 줏대 없는 모습을 계속 보였다. 폴라 조운즈, 모니카 르윈스키 등과 대형 스캔들에 끊임없이 연루되면서도 부인하고, 핑계하고, 자신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안타까운 이중성을 보였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구약 성경에 나오는 삼손과 닮은 점이 많다. 삼손도 겉으로 계속 하나님의 백성들을 괴롭히는 블레셋인들을 계속 물리치는 놀라운 일들을 해냈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깊이 오염되어 있었다. 끊임없는 여성 편력으로 허물어져 가다가 마침내 두 눈이 뽑혀 적의 포로가 되는 수모까지 당한다.
클린턴은 대단히 스마트한 사람이었다. 그는 정보화 사회로 흐르는 세계의 기류를 일찌감치 감지하여 미국의 경제 정책을 이끌었다. 정보 통신 산업, 최첨단 디지털 산업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미국은 유례 없는 경제 호황을 누렸다. 그는 소수 민족들을 위한 많은 복지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좋은 일도 많이 했다.
그러나 그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뒤에 또 다른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끊임없이 스캔들을 일으켰고 그것에 대해서 거짓말을 일삼아 국민들을 기만했다.
클린턴은 거대한 나라 미국은 괜찮게 다스렸는지 몰라도 자신의 영혼은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다. 클린턴과 삼손은 둘 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가정의 심한 엘리트 의식,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 속에서 자라난 것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둘 다 겉으로 보이는 외형적 업적은 대단했지만 그 뒤로는 짙은 리더십의 그림자가 따라 다녔다.

투명한 리더가 필요하다
원죄(原罪)의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나 할까? 천 명에 가까운 우상 숭배자들을 물리쳤던 엘리야도 평생 우울증을 지니고 살았다. 초대 교회의 최고 지도자였던 바울과 베드로도 불같은 성정을 자제하지 못해 많이 힘들어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뻔히 그 사실을 알고 계시면서도 그들을 귀히 쓰셨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분명히 있는 이 리더십의 그림자를 부인하지 않고 솔직히 하나님 앞에서 인정하고 사는 것이다. 기도와 말씀 묵상 속에 이 그림자가 누수 현상을 일으키지 않도록 성령의 통제를 간구하는 것이다.
올해는 대선(大選)이 있는 해이다. 누가 앞으로 5년 동안 이 나라를 좌지우지할 힘을 쥘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욕구가 강한 때이다. 오리무중의 시대를 벗어나기 위해서 담대하게 리더십의 그림자를 인정하는 강하면서 투명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새로운 리더는 잠언의 명쾌한 충고처럼 “범사에 하나님을 인정하고 스스로의 명철을 의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홍 / 한동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