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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다리 많이 써야 장수/김홍도목사

2008-06-16|조회 334
머리-다리 많이 써야 장수


지난해 오키나와에 들렀을 때 지방신문 부음란을 들춰보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부음에 등장하는 20~30명 중 100세 이상이 거의 매일 네댓명에 달한다는 점이었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음을 전하는 단어의 차이였다. 대개 90세 이상 사망자를 천수(天壽), 80대 사망자를 영면(永眠)으로 표현하는 반면, 70대 이하 사망자는 급서(急逝)라고 표현했다. 즉 80세까지 사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여기는 게 이 지역 정서였던 것이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우리나라도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시급함을 느꼈다.

오키나와 지역의 고령 인구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것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논과 밭에서 일하는 관행 때문이다. 실제로 이 지역을 조사하면서 사탕수수 밭에서 일하는 인력의 대부분이 80대 노인이라는 점에 감탄했다. 오키나와와 비슷한 생활환경의 제주도도 주민들의 나이를 잊은 자립성·근면성이 85세 이상 비율을 높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명과 직업의 관계를 조사한 한 국내 보고서는 일을 하는 사람의 평균수명이 무위도식하는 사람에 비해 14년쯤 길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백세인들도 평균 77세까지 생업에 종사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또 역사는 단순히 육체적 활동만 하는 것보다 정신적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장수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대 그리스 과학자인 데모크리토스, 파라데이 등은 90대까지 장수했다. 16세기 이후 일반인 평균수명이 36세쯤에 불과했을 때, 과학자·예술가의 평균수명은 73세에 달했다. 이 중 저명한 화학자인 푸커레나 알렉산더 레오 등은 100세를 넘겨 살았다. 괴테·비발디·다빈치·미켈란젤로 등 유명한 예술가들은 80대를 넘겨 장수했고, 특히 고령에 접어들어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그만큼 정신활동은 장수에 중요하다. 국내 장수인들도 대부분 사교적이고 적극적 성격을 토대로, 나이 들어서까지 정신적 활동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화론자인 사커(Sacher)는 포유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 종(種)의 수명은 뇌의 무게에 정비례하며, 그 이유는 뇌 활동이 생체의 항존성과 적응력을 주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노화와 수명은 신체의 다리 운동과 뇌 활동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천수(天壽)를 다하는 분명한 방법은 나이가 들수록 능동적·적극적인 ‘다리품 팔기’와 창의적·총괄적인 ‘뇌 사용하기’를 병행하는 것이다.

( 박상철 / 서울대 의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