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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복신앙에 사랑이 없다”

2008-06-17|조회 373
참여불교 “기복신앙엔 이웃 사랑이 없다” (2002.05.23)



한국 종교의 기층에는 무속(巫俗) 신앙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어떤 종교도 한국에 들어오면 그 바탕에 샤머니즘이 깔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로 종교계에 널리 퍼져 있는 기복신앙(祈福信仰)을 든다.

참여불교재가연대가 발행하는 ‘참여불교’ 제7호(5·6월호)가 한국 종교계의 ‘뜨거운 감자’인 기복신앙에 종합적인 분석의 칼을 댔다. 종교계의 개혁운동을 함께 추진하는 이웃 종교단체 관계자들도 참여해서 마련한 특집에는 그동안 말하기를 꺼려왔던 한국 종교계의 문제점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개신교의 기복신앙 실태를 정리한 백찬홍 기독교평신도연대 실행위원은 “근래에 들어온 대표적 외래종교인 기독교도 우리 민족전통 속에 깊이 뿌리내린 기복신앙을 피할 수 없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대표적 사례로 교회마다 앞다투어 열고 있는 부흥회와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헌금 중시 풍조를 든다. 대개의 부흥회는 일종의 굿판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며 철저하게 개인의 기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부흥회가 신의 은총에 의한 감사의 표시라는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 더 많은 물질적 보상과 축복을 받기 위한 투자로 전락했으며, 이런 현상은 목회자들의 부추김에 의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백씨는 지적했다.

박문수 천주교 미래사목연대 대표는 서울의 대표적 천주교 순교성지 한 곳을 예로 들며, 그곳 성당은 대입 수능시험을 100일 앞둔 8월 중순이 되면 수험생들의 사진으로 가득찬다고 고발한다. 순교성인들의 도움을 받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탓할 수는 없지만 이웃 사랑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복만 비는 모습은 하느님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그는 ‘예수의 복’과 ‘인간의 복’이 갈등해 온 것이 그리스도교의 역사라며 진정한 복을 가르치는 신부들이 동료와 신자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현실을 안타까와하고 있다.

권경술 새생각실천회 법사는 최근 불교 지식인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기복불교 논쟁을 정리하며 “기복신앙 자체는 근기(根氣) 낮은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미신은 아니지만, 무작정 복을 비는 것보다는 스스로 복받을 일을 하는 작복(作福)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현재 사찰마다 성행하고 있는 가사불사·기와불사·방생불사 등 구복적(求福的) 행사는 이제 정리할 때가 됐다며 승가의 분발을 촉구했다.

한편 서울 지역 25개 사찰에서 실시한 기도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주요 응답자인 40~50대 여성불자들이 기도를 통해 바라는 내용은 건강(31.6%) 사업번창(6.4%) 등 세속적인 것 못지 않게 마음의 평안(22.8%) 깨달음(15%) 등 정신적인 것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깨달음을 위한 기도’(30.1%) ‘중생을 위한 기도’(29.3%)가 ‘가족을 위한 기도’(32%) 못지 않게 공덕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불전(佛錢)의 액수나 연등의 크기는 효험과 상관이 없다는 대답이 80% 이상을 차지했다. 이런 설문 결과에 대해 참여불교 편집위원회는 “‘신도들의 기복적 신앙 행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통념과는 달리 신도들이 건강한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복신앙을 남을 위한 기도와 실천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사찰의 노력을 강조했다.

( 李先敏기자 smle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