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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파' 장성택 처형 후 찾은 북중 국경지대는/ 2014-01-04

2014-01-04|조회 187

[앵커]

석달 전 JTBC 취재진이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대를 찾아가 현장을 돌아봤는데요. 북중 교류의 핵심이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된 뒤 북중 국경지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손용석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중국 연길의 한 북한 식당. 빨간색 정장을 입은 북한 여성 4인조가 무대에 오릅니다.

흥겨운 노래로 분위기를 달군 뒤, 현란한 리듬에 맞춰 현악기를 연주합니다.

잠시 후 등장한 여성 2인조는 댄스풍으로 편곡된 민요 가락에 신나는 춤사위를 펼칩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손님의 손을 이끌고 함께 춤까지 춥니다.

화려한 공연 뿐 아니라 개고기와 냉면 등 다양한 북한 요리를 즐길 수 있어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던 이 곳.

JTBC 취재진이 지난해 9월 촬영한 영상입니다.

그런데 불과 석달 만에 폐허가 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같은 집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장성택 부위원장이 숙청된 직후 측근으로 알려진 식당 운영자들이 전부 북한으로 소환됐다는 겁니다.

[식당 인근 주민 : 안한 지 한 달쯤 됐어요. 장사가 안된 게 아니라 공무원들이 전부 (북한으로) 들어갔어요.]

실제 북한 당국은 판결문을 통해 장성택 측근들이 해외 진출 북한 식당 등 주요 외화벌이를 통해 각종 부정부패를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장성택 숙청 여파가 중국 접경 도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국경 지대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

연길 시내에서 자동차로 2시간 가량 떨어진 함경북도 무산시, 아시아 최대 노천 철광 산지인 무산 철광이 눈으로 하얗게 덮였습니다.

새해를 앞두고 거리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꽁꽁 얼어버린 두만강은 아이들의 스케이트장이 됐습니다.

소달구지에 올라타는 풍경은 우리의 6~70년대 모습, 무산시의 한가로운 세밑 풍경을 찍던 취재진은 지나가던 중국 군인 관계자에게 곧바로 제지를 당했습니다.

북한 속살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중국 숭선으로 가는 길은 더 삼엄했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도로 곳곳에서 탈북자를 감시하는 중국 군인들의 검문검색이 이어졌습니다.

[중국 군인 : 당신들은 뭐 하는 사람들입니까? (연길 사랍입니다.) 국경이 삭제해야 합니다. 북한 사람들이 나오는 것도 지우세요.]

두만강 너머 북한도 3개월 전과 비교해 군인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고장난 오토바이를 수리하는 북한 주민은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국경지대 중국 주민들은 탈북자들의 약탈이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중국 숭선 주민 : (어제 북한 사람들이 왔습니까?) 네. 왔습니다. 와서 빼앗고 훔쳐 갔습니다. (자주 오나요?) 자주 오죠. 그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으니까요.]

북한 노동자들이 대거 파견된 투먼엔 한국인은 물론 현지 중국 동포까지 출입이 아예 금지됐습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이 접하는 방천도 마찬가지. 북한 나진선봉 특구지역으로 통하는 권하세관도 출입이 더 깐깐해진 모습입니다.

[김강일/옌벤대 교수 : 장성택이 이전에 나선과 신의주·함평 지역의 일을 관여했기에 (북중) 인맥관계가 끊어질 가능성은 크다(고 봅니다.)]

+++

[앵커]

현지 취재를 다녀온 손용석 기자와 얘기 나눠보죠. 장성택 부위원장이 처형된 이후 상당히 달라진 모습인데, 삼엄한 분위기가 느껴지던가요?

[기자]

네, 취재진이 석 달 전 방문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당시 중국 연길에서 접경 지역까지 갈 때까지 한 번도 검문 검색이 없었는데 이번엔 무려 4번이나 받아야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국경 수비가 강화되면 중국 쪽에서 북한 주민을 만나거나 이야기 하기가 힘들어진 것 아닙니까?

[기자]

꼭 그렇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음식을 구걸하는 꽃제비들이 많이 늘어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 군인들까지 만나게 되면서 긴장된 순간이 닥치기도 했는데요, 자세한 내용 함께 보시죠.

+++

압록강을 사이로 북한 신의주와 국경을 맞댄 중국 단둥.

단둥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압록강 단교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건너편 신의주 부둣가도 황량한 모습입니다.

멈춰선 놀이기구와 텅 빈 공원은 석달 전과 비교해 적막함까지 감돕니다.

간간이 새해 인사를 나누지만 경비를 서는 군인들이 대부분, 하지만 단둥 시내에선 오히려 북중 경협 기업인들의 활동이 늘어난 모습이었습니다.

시장에선 쇼핑에 나선 북한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단둥 세관 트럭마당엔 생필품과 곡식을 실은 트럭들이 북한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서있습니다.

밤이 되자 북한으로 들어간 트럭들이 줄줄이 나오고, 단둥 최고급 호텔에 입점한 한 북한 술집은 아예 북한 기업인들이 통째로 빌려 술판을 벌였습니다.

일반 북한 주민들의 삶은 어떨까.

2014년 새해의 첫날, 보트를 타고 압록강 상류로 나가 봤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소달구지에 거름을 싣느라 땀을 훔치는 농부. 압록강변에 빨래를 하는 주부나 물을 길어나르는 군인들.

온가족이 강변에 나와 모닥불을 쬐는 풍경은 북한의 힘든 겨울나기를 말해 주는 듯 합니다.

눈에 띄게 늘어난 북한 군인들이 장성택 처형의 여파를 실감케 만듭니다.

국경을 따라 촘촘히 늘어선 병사들 사이에선 앳된 여군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압록강변에 늘어난 건 군인만이 아니었습니다.

멀리 산등성이에 서 있는 한 무리의 북한 아이들.

중국 관광객들이 보트를 타고 북한 땅 가까이 접근하자 쏜살같이 달려옵니다.

이들은 무엇을 요구하는지 취재진이 직접 접근해봤습니다.

[북한 아이 : 아저씨? (왜?) 담배? (담배? 없어.)]

보트 주인이 담배와 음식을 던져주자 이번엔 돈을 달라고 합니다.

[첸(돈) 줘. 첸(돈).]

100미터쯤 가자 또다른 무리가 나타납니다.

중국 사람들에게 음식과 생필품을 구걸하는 게 익숙한 모습입니다.

과자와 빵을 던져줄 때마다 서로 차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날씨이지만, 꽃제비 아이들은 돈과 음식을 얻기 위해서라면 차디찬 강물에 뛰어드는 것도 서슴지 않습니다.

산꼭대기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는 북한 군인은 슬며시 고개를 돌립니다.

군인들도 마찬가지, 소총을 멘 북한 군인이 중국 관광객에게 담배를 받습니다.

담배를 챙겨든 북한 군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총을 메고 다시 보초를 섭니다.

아예 손짓을 통해 노골적으로 담배와 돈을 달라는 군인도 있습니다.

어려보이는 한 소년 병사는 담배를 던지자 먹을 것을 추가로 달라고 합니다.

겨울철 식료품 못지 않게 귀한 것은 다름 아닌 기름과 같은 생필품, 관광객 보트가 지나가자 보트 주인을 향해 텅빈 기름통을 흔듭니다.

일반 주민들에게 최근 국경지대는 외화벌이 창구로 활용됩니다.

정초부터 자전거에 죽은 염소를 싣고 나온 한 주민은 처음엔 중국돈 300위안을 요구하다 결국 100위안까지 내려갑니다.

염소 한 마리에 우리 돈으로 1만 8천원인 셈.

[김용화/탈북난민인권협회 회장 : 중국 100위안이라도 북한에서 쌀로 먹을 때는 20kg 정도. 3인 기준으로 보면 2개월 정도 연명할 수 있다고 봐야죠.]

인삼과 담배, 오리알 등 북한산 기념품을 아예 배에 싣고 나온 한 북한 판매상은 한국 사람과는 말을 하지 않고 몸짓으로 의사를 전달합니다.

가격을 깍아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서로가 예민한 상황이다보니 긴장된 순간도 발생합니다.

정성택이 사라진 북한은 한층 더 경계가 강화됐지만 주민들의 삶은 석달 전보다 더 힘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안찬일/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 김정은이 신년 선물도 주고 하루 식용유 1병, 쌀밥 먹고 조금 풀렸다지만 전반적인 면에선 침체 경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북한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적어도 장마당(시장)을 인정하고 활성화시키는 정책을 내놓을 때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