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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질환 없어도, 40대도 사망.. '무지·자만'에 당했다/ 2015-06-17

2015-06-17|조회 90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첫 환자가 나왔던 지난달 20일 스위스 제네바 출장지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사람 간 전파력이 4%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의료진 수준이 (중동보다) 높기 때문에 충분히 잘 대응할 것”이라고 했었다. 이 발언은 메르스 발병 초기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인식은 환자가 급증하는 시기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메르스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우리나라 의료 수준에 대한 ‘자만’이 더해지면서 ‘안일한 대응’이 빚어졌다. 신종 감염병을 너무 얕본 것이다. 그 결과 메르스의 감염력, 전파력, 위험 정도 등에 대한 보건 당국의 예측은 번번이 어긋났다.

◇“기저질환 있어야 취약하다”더니=정부가 16일 발표한 메르스 사망자는 19명이다. 이 중 15명만 기저질환이 있었다. 사망자 중 약 20%는 특별한 지병이 없는데도 숨졌다.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가 취약하다는 당국의 말은 크게 빗나갔다.

정부는 “98번(58·15일 사망) 81번(62·14일 사망) 환자는 기저질환이 없고 연령이 높지 않아 고위험군이 아닌데도 숨졌다”고 밝혔다. 정부는 메르스에 감염됐을 때 상태가 심각해지거나 사망할 확률이 높은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심장질환·만성폐질환·만성신장질환·당뇨·면역저하질환 등이 있거나 고령인 경우가 고위험군이다.

정부는 123번(65·15일 사망)과 51번(72·여·12일 사망) 환자는 기저질환이 없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123번 환자는 지난 11일 확진 판정을 받고 겨우 나흘 만에 숨졌다.

정부는 이날 “123번·51번 환자가 기저질환이 없는데 숨졌다”는 점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오락가락을 반복했다. 오전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두 사람을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로 분류했다. 곧 이어진 브리핑에선 두 사람에게 기저질환이 있는 것으로 정정했다. “고령이라 기저질환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다 오후 다시 기자단에 이메일을 보내 “123번·51번 환자는 기저질환은 없으나 고령이라 고위험군”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상황이 정부의 예측 범위 안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억지로 기저질환을 갖다 붙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고령자가 위험하다”더니=고위험군에는 고령자가 포함돼 있다. 정부는 나이가 많을수록 메르스에 취약하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하지만 첫 40대 사망자(38번 환자)가 나왔다. 알코올성 간경화와 당뇨를 앓고 있기는 했으나 40대 이하의 젊은 층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기저질환도 없고 건강했던 30대 환자 2명은 위중한 상태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있던 삼성서울병원 의사(38·35번 환자)와 감염 경로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평택 경찰관(35·119번 환자)은 에크모(체외혈액순환기)를 부착해야 할 정도다. 정부는 35번 환자도 기저질환이 있는 것으로 보지만, 전문가들은 30대의 알레르기성 비염은 기저질환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119번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은 게 지난 10일이었는데 급속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고령일수록 취약하다’던 정부의 공식도 점점 깨지고 있다.

면역력이 약한 경우 쉽게 감염된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확산은 병원 내 감염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나 16일까지 확인된 154명 환자 중 절반 이상은 ‘환자’가 아니었다. 병원을 찾은 환자가 감염된 경우는 71명(46%)이고, 나머지 83명(54%)은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강한 보호자·문병객·의료진·병원직원 등이다.

◇“방역조치하면 괜찮다”더니=정부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의료기관에 소독 등 적절한 방역조치를 했다며 현재 시점에서 해당 의료기관을 꺼릴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의료진은 마스크, 장갑 등 보호장구를 완벽히 갖추고 환자를 돌본다는 설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건양대병원에서 보호장구를 완벽히 갖추고 메르스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한 간호사(39·여·148번 환자)가 감염되면서 보호장구에 대한 믿음마저 불안해진 상황이다. 정부는 이 환자가 고글을 만지면서 감염됐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떨어진 신뢰를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돌이켜보면 정부가 위기대응 예측을 너무 낙관적으로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