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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들의 명강의/ 귀 질환/ 2006-03-15

2017-01-30|조회 129




소리는 에너지가 공기 입자를 타고 진동하며 퍼진다. 마치 수면에 돌을 던졌을 때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소리 에너지도 공기 중에 비슷한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간다. 사람이 그같은 파동을 감지해서,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그 때문에 기뻐하고 분노하고 슬퍼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인체 여러 기관의 기능 어느 하나 신기하지 않고 오묘하지 않은 게 없지만, 물리적 파동을 의미로 변환시켜 이해하는 귀의 기능이야 말로 그 중 가장 오묘하고 경이로운 것 같다.

먼저 사람이 말을 알아듣는 과정을 살펴보자. 귓바퀴는 외부의 소리를 집중시키며, 이렇게 모아진 소리는 귀 안으로 들어가 고막을 진동하게 된다. 고막은 탄력이 뛰어난 아주 얇은 막으로 공기 입자의 미세한 진동까지 감지할 수 있다. 사람이 말을 알아듣는 것도 따지고 보면 소리 에너지가 고막을 진동시키는 방법에 좌우된다.

고막 안쪽, 중이(中耳)에 있는 이소골(아주 작은 세개의 뼈로 구성)은 오디오의 앰프와 같아서, 소리를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증폭된 소리는 다시 내이(內耳)에 있는 달팽이관으로 전달되며, 이 속에 있는 수만개의 미세한 ‘유모세포(hair cell)’는 음파라는 물리적 에너지를 전기 신호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세포가 노화 등의 이유로 감소하거나 손상되면 소리가 들려도 그것을 감지하고 이해할 수 없게 된다.

한편 달팽이관에서 변환된 전기 신호는 다시 청(聽)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며, 뇌에선 그같은 전기 신호를 해석해서 소리의 의미를 알아낸다. 예를 들어 “엄마”라고 말할때 발생하는 음파가 달팽이관에서 ‘1234’란 전기신호로 바껴 뇌에 전달되면, 뇌는 ‘1234’를 ‘엄마’란 의미로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아기가 말을 배우는 것은 1234란 신호는 엄마, 2345란 신호는 아빠, 1122란 신호는 할아버지란 식으로 특정 전기신호를 암기하는 과정이다.

소리를 이해하는 이같이 복잡한 과정 중 어느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소리를 못듣거나, 말을 못 알아듣게 되는데 이를 난청이라 한다. 청력을 측정하는 단위(dB·데시벨)가 60dB 이상인 경우 보청기 없이 대화하기가 힘들게 되는데, 데시벨은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 0dB을 기준으로 측정되며, 데시벨 수치가 높을 수록 청력이 낮다는 것을 가리킨다.











▲ 이비인후과 이광선 교수팀이 인공와우이식술을 하고있다./ 조선일보DB


정상인의 청력은 20~25dB 정도며, 아주 낮은 목소리의 대화는 40dB, 보통의 대화는 50~60dB, 지하철의 소음은 80dB 정도다. 따라서 청력이 60dB 이상인 사람은 보통의 대화도 불가능하며, 예를 들어 청력이 45dB라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청력이 40dB 이상으로 나빠지면 보청기를 사용하며, 60~70dB까지도 보청기를 이용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청력이 90dB를 넘어가면 보청기를 써도 소리를 듣지 못하므로 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난청은 크게 전음성 난청과 감각신경성 난청 두가지로 구분된다. 전음성 난청은 소리가 달팽이관까지 잘 전달되지 않아 생기는 난청으로 대부분 중이에 생긴 병이 원인이다. 중이염이 심해져 중이에 물이 고여 있거나, 고막이 뚫려 있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임상적으로 아주 흔하지만 비교적 쉽게 치료가 되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드물게 중이의 선천적·후천적 기형 때문에 전음성 난청이 생기기도 하지만 성형수술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문제는 감각신경성 난청이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대부분 달팽이관 내부의 유모세포나 청신경의 이상으로 음파를 전기신호로 변환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유모세포 등이 파괴되면 현대의학으로도 되살릴 수 없다. 달팽이관은 너무 예민해서 수리는 커녕 근처에 손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천적으로 달팽이관에 문제가 있거나, 후천적으로 달팽이관이 손상된 경우엔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 외엔 현대의학으로도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난청의 발생 연령에 따라 선천성 난청, 소음성 난청, 노인성 난청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선천성 난청은 신생아에게 생기는 가장 흔한 선천성 질환 중의 하나로 1000명 당 1~3명 꼴로 발생하며, 우리나라에선 매년 1000명 이상 태어난다. 유전적 원인이 가장 많으며, 임신부의 풍진·홍역 등 바이러스 감염, 임신부의 약물 부작용, 분만시 뇌 손상 등도 원인이 된다. 이들의 약 60% 정도는 난청 때문에 말을 못하게 된다. 소리나 말을 들어야 그것을 따라 하는 법인데, 듣지를 못하니 말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영유아기의 세균성 뇌막염, 홍역 등과 같은 감염질환에 의해 영유아기에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 선천성 난청은 아니지만 선천성 난청과 비슷한 시기에 발견되므로 선천성 난청과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겐 가능한 빨리 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을 해서 가급적 빨리 소리를 듣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생후 10년 가까이 소리를 듣지 못하다 갑자기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하면 무엇보다 처음 접하는 소리에 적응하기가 힘들며, 그 소리의 의미를 학습하기 위해 갓난 아기가 말을 배우는 것과 같은 과정을 새로 거쳐야 하며, 또 이미 수화나 다른 형태의 소리 등을 통해 터득하고 있는 의미와 새로 들리는 소리의 의미가 서로 달라 혼란을 겪게 된다.

말을 배울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새로 말을 배우는 것도 매우 어렵다. 그러나 정상 아기들이 소리를 듣고 말을 배우는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한다면 인공 달팽이관을 통해 듣는 소리를 원래의 소리로 이해하게 되므로 말을 듣고 하는 데 큰 문제가 없게 된다. 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은 빠르면 빠를 수록 효과가 좋으며, 국내에선 생후 8개월된 아기에게 이식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갓난 아기가 난청인지 여부를 부모가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가족이나 친척 중 선천성 난청이 있는 경우, 머리나 얼굴의 기형이 있는 경우, 출생시 체중이 1.5kg 이하인 저체중아, 출생 전후 감염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투여한 경우, 출생시 심한 호흡장애가 있은 경우, 엄마가 임신 중 풍진 등을 앓은 경우엔 난청의 조기 진단을 위해 정확한 청력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그 밖에 생후 10개월이 지나도 옹아리를 하지 않는 경우, 주변의 큰 소리에 놀라거나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도 난청 가능성이 있으므로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기나 청장년기엔 특히 소음성 난청을 조심해야 한다. 전철을 타면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시끄러운 음악을 듣는 청소년들이 많다. 쿵쾅거리는 음악소리가 옆 사람에게까지 들릴 정도니 직접 헤드폰을 낀 당사자에겐 그 소리가 도대체 얼마나 크게 들릴까? 귀가 먹먹할 정도로 볼륨을 높힌 음악소리는 내이 달팽이관의 유모세포를 손상시켜 소음성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 귀가 먹먹할 정도는 아니라도 헤드폰을 끼고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하거나, 시끄러운 작업환경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하는 경우에도 소음성 난청이 생길 수 있다. 군 사격장에서 근무하는 조교나 허구한 날 포를 쏘는 포병은 말할 것도 없다.

일반적으로 소리의 크기가 85dB 이상인 경우 소음성 난청이 유발될 수 있다. 시디플레이어나 엠피3의 볼륨을 최대한 높히면 100dB이 넘고, 록 컨서트나 디스코 클럽의 음악소리는 120dB 정도다. 그 밖에 지하철역 소음은 80dB, 잔디 깎는 기계 90dB, 체인톱 100dB, 제트기 지나가는 소리 130dB, 총 소리 140dB 정도다.

미국에서 지원자들에게 3시간 동안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려준 결과, 절반 정도가 일시적인 청력 감퇴가 생겼다. 물론 24시간 이내에 모두 청력이 회복됐지만, 이같은 일시적 청력감퇴가 반복되면 영구적인 난청으로 이어진다.

소음성 난청은 아주 살며시 다가온다.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두통, 불안, 긴장, 빈맥, 숨가쁨 등과 같은 신경증상이 나타나면서 동시에 유모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한다. 고음역의 소리부터 난청이 시작되므로 처음엔 본인도 잘 못 느끼나, 차츰 시끄러운 음식점이나 지하철 등에서 대화하는데 불편함을 느끼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아차 싶어 청력검사를 받고 난청임을 알았을 땐 이미 늦었다. 어떤 방법으로도 한번 나빠진 청력을 되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음성 난청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예방이다. 일반적으로 90dB의 소리에 하루 8시간, 100dB의 소리에 하루 2시간 정도 노출되면 청력장애가 유발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시끄러운 장소를 피해야 한다. 직업상 시끄러운 기계를 작동하는 사람이나 대장간에서 망치질을 하는 사람, 소음이 심한 곳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사람 등은 귀마개를 해서 소음을 차단해야 한다. 군에 가서 사격을 할 때도 솜 등으로 귀를 막는 게 좋으며, 헤드폰을 끼고 볼륨을 높혀 음악을 듣는 일은 지금 당장 그만 둬야 한다.

노인에게 생기는 노인성 난청은 자연스런 노화의 결과다. 일반적으로 40세가 지나면 청력이 점점 약해지며, 60세 이상은 약 30%에게, 75세 이상은 40~50%에게 난청이 초래된다.

노인성 난청의 발병은 개인의 살아온 환경이나 유전적 요인 등에 의해 좌우된다. 젊어서부터 시끄러운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사람은, 비록 젊어서 소음성 난청이 생기지 않았다 해도, 훨씬 일찍 노인성 난청이 생기게 된다. 유전적으로 소음에 민감한 사람은 유모세포가 훨씬 쉽게 파괴되므로 생활 환경이 비슷한 다른 사람보다 더 쉽게 노인성 난청이 생긴다. 그 밖에 항생제 등 약물의 과다 사용, 심장병이나 고혈압 같은 순환기계 질환, 바이러스 또는 박테리아 감염이 노인성 난청의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노인성 난청도 고음역의 날카로운 소리부터 들리지 않게 되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일상적인 대화와 같은 저음역의 소리까지 알아듣기 힘들게 된다. 따라서 처음엔 음정이 높은 여자나 어린 아이의 말을 특히 못 알아 들으며, 예를 들어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는 들으면서도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는 알아채지 못하게 된다. 또 말의 받침인 자음 소리가 특히 잘 안들려, 말하는 사람이 말을 웅얼거리거나 얼버무리는 것처럼 들리며, 그래서 언어의 이해능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노인들이 말을 전혀 엉뚱하게 알아듣고 부적절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의 받침이 잘 안들리거나 엉뚱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노인성 난청을 어쩔 수 없는 숙명처럼 받아들이지만 노인성 난청은 생각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성능좋은 보청기가 많이 개발돼 있기 때문이다. “보청기를 껴도 효과가 없다”며 값비싼 보청기를 책상 서랍에 처박아 두는 노인들이 많은데, 이는 자신의 청력 상태에 맞지 않는 보청기를 구입했거나, 보청기 적응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경우엔 보청기를 껴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쓸데없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 오히려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비인후과를 찾아 청력이 떨어진 주파수 영역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 주파수의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보청기를 착용한 뒤, 일정기간 보청기에 적응하는 훈련을 하면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시골에 있는 부모님께 보청기를 사서 선물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청기는 그렇게 선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근시 환자가 안경을 맞출 때 시력검사를 해야 하듯, 보청기도 정확한 청력검사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보청기 소리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한편 노인성 난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이명(耳鳴)이다. 노인성 난청이 있는 경우 대부분 한쪽 귀 또는 양쪽 귀에서 우르릉거리거나 쉿쉿거리는 것 같은 이명이 생긴다. 난청 때문에 이명까지 생긴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인들은 점진적인 청력감퇴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청력감퇴로 인한 불편함보다 이명으로 인한 불편함을 먼저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노인이 이명을 호소하는 경우엔 우선적으로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 봐야 한다.

간단하게 이명을 설명하면 이명이란 몸 밖이 아닌 몸 안에서 들리는 소리다. 중이의 이소골에 있는 작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거나, 중이와 내이에 있는 혈관이 뛰는 소리 등이 마치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크게 들리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내이의 혈관이 뛰는 소리는 노인이라고 해서 더 클 이유가 없다. 그러나 청력이 좋을 때는 외부의 작은 소리까지 다 들리므로 그 소리에 묻혀 몸 안에서 나는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청력이 떨어져 외부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몸 안에서 나는 아주 작은 소리가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크게 들리는데, 그 소리가 바로 이명이다.

이명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그 밖에도 많다. 아스피린이나 항생제의 남용, 귀지나 이물 등으로 인한 외이의 폐색, 중이와 내이의 염증, 두부 외상, 청신경 종양, 메니에르씨병 등이 이명을 일으킬 수 있다.

자기의 귀나 머리 속에서 바람 부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휘파람 소리, 벌레우는 소리, 기계 소리 등이 뒤섞여 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고통스럽다. 이 소리 때문에 정신질환을 일으키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때는 즉시 이비인후과로 달려가야 한다. 비록 이명을 다스리는 획기적인 방법은 아직 없지만 몸 속의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외부에서 소음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차폐장치를 활용하거나, 청력을 개선시키는 보청기를 착용함으로써 어느정도 이명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이명이 들려도 과민반응하지 않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이명 재훈련 치료’도 도입돼 환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편 이명 환자는 식사를 가능한 싱겁게 하고, 커피-콜라-담배 등 신경자극물질의 섭취도 줄여야 한다. 너무 큰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조용한 장소에 있으면 이명에 자꾸 신경을 쓰므로 너무 조용한 장소도 피해야 한다. 고혈압이나 스트레스는 이명을 악화시키므로 혈압을 잘 조절하고, 규칙적인 운동이나 취미활동 등을 통해 스트레스 상황을 회피해야 한다.

귀가 담당하는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내이에 있는 전정기관은 머리의 위치, 몸의 자세나 운동 속도 같은 움직임을 감지해서 평형을 유지한다. 따라서 전정기관에 이상이 생기면 평형 상태를 유지할 수 없어 심하게 어지럽고, 몸의 중심을 못 잡게 된다. 건강한 사람에겐 똑바로 서 있거나 길을 따라 걷는게 누워서 떡 먹기만큼 쉽지만, 전정기관이 손상을 받으면 이것이 그렇게 힘들 수가 없다. 심한 경우 자기 몸과 세상 천지가 빙글빙글 도는 것 처럼 느껴져 눈을 뜰 수 조차 없게 된다.

평형감각에 손상을 입혀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병으로는 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씨병 등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 편두통이나 노화도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가장 흔한 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은 전정기관에 모여 있는 아주 작은 돌가루(이석)가 자세에 따라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전정기관의 세반고리관에는 원래 림프액이 차 있는데, 이곳에 돌가루가 들어간 것이 원인이다. 과거엔 수술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엔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 세반고리관 속의 돌가루를 빼내는 위치교정술이 많이 시행되며, 비교적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정신경염은 갑작스레 한쪽 귀 전정신경의 일부 또는 전부가 없어져 균형 감각이 상실되고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으로 추정되며, 대개 심한 감기를 앓고 난 뒤 갑작스레 발병한다.

양쪽 귀의 평형감각이 균형을 이뤄야 몸의 자세가 똑바로 유지되는데, 그같은 균형이 깨어져 앉거나 일어서면 몸이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넘어지게 된다. 대개 넘어지려고 하는 쪽 귀에 전정신경염이 생긴 것이다. 이미 없어진 전정신경을 되살릴 수는 없으므로, 이 때는 균형이 깨어진 상태에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 한쪽의 전정기능이 상실되면 우리 몸은 그같은 불균형을 극복하려는 보상작용이 일어나는데, 보상작용을 더욱 촉진시키려면 힘들더라도 가급적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게 좋다.

메니에르씨병은 발작적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세반고리관의 림프액이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메스꺼움, 구토, 이명, 청력감퇴, 귀가 먹먹한 느낌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아무런 예고없이 발작적으로 어지럼증이 생기므로 환자가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다. 일반적으로 림프액을 감소시키기 위해 이뇨제 등의 약물 치료를 하며 반드시 저염식을 해야 한다. 저염식과 약물치료만으로 80~90%는 증상이 좋아져 큰 불편없이 생활할 수 있지만 청력은 점점 감퇴되며, 청력이 완전히 사라지면 어지럼증도 감퇴된다.

■이광선 교수는

사람이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 중 가장 편안한 소리가 40~50데시빌(dB). 약간 차분하고 낮은 듯한 이광성 교수의 목소리도 45~50dB다. 조용하게 말하는 데도 워낙 또렷하고 분명하게 발음하므로 듣는 데 큰 지장이 없다.











▲ 이광선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환자들은 그래서 그의 말을 들으면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귀 전문의는 말 할 때도 듣는 사람의 귀를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1950년생인 이 교수는 1977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서 인턴과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고려대병원을 거쳐 1993년부터 서울아산병원서 근무하고 있고, 현재는 임상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1988년부터 2년간 귀 질환 분야서 세계 최고 명성을 자랑하는 미국 하바드의대 안이(眼耳)병원서 수련했다.

난청과 어지럼증의 진단과 치료에 국내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난청과 어지럼즘, 이명이 동시에 나타나는 메니에르씨병의 원인이 내이의 혈액 흐름이 문제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지난 2000년 이후엔 정교한 수술 테크닉이 필요한 인공달팽이관 이식 수술에 주력하고 있다. 2004년 3월 현재 250여명의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수술을 끝마쳐, 최단 기간 최다 수술 기록을 수립했다. 그는 “선천성 또는 후천성 난청환자에게 소리를 선사할 수 있다는 건 현대의학이 만들어낸 가장 큰 기적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한결같은 사람이다. 음식점도 10년 넘게 한 집만 간다. 메뉴가 식상할 만도 하지만 만나자고 하면 항상 “그집 어때”라고 말한다. 술집도 마찬가지여서 10년 가까이 피아노가 있는 그 까페만 찾는다. 아침에 만나건 외래와 수술로 녹초가 된 저녁에 만나건 그의 표정은 언제나 한결같다. 이유를 물었더니 “피곤한 모습, 짜증난 모습, 흥분된 모습을 환자에게 보이면 환자가 얼마나 불안해 할까”라고 그가 되물었다.















■보청기



보청기를 껴도 웅웅거리는 기계음 때문에 오히려 더 시끄럽고, 사람 말도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다고 불평하는 노인들이 많다. 하루 이틀 보청기를 써 보다 책상 서랍에 처박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보청기는 사서 끼는 즉시 잘 보이는 돋보기와 다르다. 충분한 기간동안 보청기로 듣는 훈련을 해야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보청기를 처음 구입하면 조용한 곳에서 사람의 말을 듣는 훈련부터 해야 한다. 처음엔 보청기 끼는 시간이 하루 서너 시간을 넘지 않는 게 좋다. 잘 들리지 않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소리를 감별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사람 목소리에 익숙해지면 개 짖는 소리, 그릇 부딪히는 소리 등 잡음을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 지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하는 말을 듣도록 훈련해야 하며, 그 다음엔 극장이나 교회 등 공공장소에 나가 듣기를 연습해야 한다. 이때까지 보통 1~2개월 걸린다.

그러나 아무리 연습하더라도 라디오와 TV 등 ‘전자 소리’는 제대로 듣기 힘들므로 TV 등을 볼 땐 소리 자체를 들으려 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해하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한다. 휴대전화의 전파는 보청기의 전파를 방해하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청기를 구입할 때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청력이 떨어진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음역의 소리를 못 듣는지, 청신경 종양 등 다른 병은 없는지 등을 검사하고 처방을 받아 구입하는 게 좋다. 종류는 아날로그형, 디지털형, 아날로그-디지털 혼합형 등이 있다. 디지털형은 잘 안들리는 음역의 소리만 증폭하고, 불필요한 소리는 줄이는 기능이 있지만 가격이 비싼 게 단점이다. 그러나 난청의 원인과 정도에 따라 아날로그형을 써도 충분한 경우가 있으므로, 무턱대고 비싼 것을 살 필요는 없다.

보청기는 정말 잘 관리해야 한다. 습기는 보청기 회로를 손상시키므로 항상 습기 없는 손으로 만지고, 귓속 땀도 틈나는 대로 말려야 한다. 화장품이나 헤어 스프레이 입자는 보청기를 손상시키므로 보청기를 낀 상태서 화장을 하거나 스프레이를 뿌리면 안된다. 또 보청기에 귀지 등이 끼지 않게 귀를 항상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보청기는 충격과 열에 매우 약하다. 조심스럽게 다루고 태양의 직사광선을 받는 차 안이나 열기가 있는 곳에 두지 말아야 한다.



이광선 교수(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