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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위 시민참여단, 오늘은 '재개' 내일은 '탈핵' 택했다/ 2017-10-20

2017-10-21|조회 111
신고리 5·6호기 '공사재개' 59.5%
'중단' 40.5%보다 19%p 높게 나와
향후 원전 축소 의견은 53.2%
청와대 "공론화위 권고안 존중"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은 계속하되 원전은 축소하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신고리 공론화위) 시민참여단이 한달여 숙의 과정을 통해 내놓은 ‘상생의 해답’이다.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갈등 현실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수용하면서도 탈핵(탈원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절묘한 현명함이 담겼다.

신고리 공론화위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71명의 시민참여단을 상대로 한 최종 조사 결과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쪽을 선택한 비율이 59.5%로, 건설 중단을 선택한 40.5%보다 19%포인트 높게 나왔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오차 범위를 크게 넘었다. 정부에 5·6호기 건설 재개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공론화위는 또 “원자력발전 축소, 유지, 확대 가운데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 물은 결과 원전을 축소하자는 응답이 53.2%로, 확대하자는 의견(9.7%)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원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결정할 것을 정부에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형 공론화위 위원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중단을 주장하는 양쪽의 입장은 각각의 가치를 담고 있고, 그 가치가 하나하나 절실하고 절절하기 이를 데 없어 어느 한쪽의 입장을 선택하는 데 대한 고민이 깊었다. 하지만 2박3일의 종합토론회까지 마친 시민참여단은 지혜롭고 현명한 답을 줬다”고 말했다.

공론화위는 이날 9명의 위원과 471명의 시민대표참여단 이름으로 작성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참여형 조사 보고서’를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제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공론화위의 정부 권고안 발표에 대해 “지난 3개월 동안 숙의를 거쳐 권고안을 제시해준 공론화위의 뜻을 존중한다. 후속 조처가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애초 예고한 대로 오는 24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여부에 대한 최종 정책을 결정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무회의 결정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통보하면 한수원은 이사회를 열어 공사 재개를 의결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안전점검을 한 뒤 한수원이 신고리 5·6호기 보호시설을 철거하고 본공사에 들어가는 데는 1~2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당장에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 천명했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공약이 무산될 형편이어서 애초 무리한 정책 추진이었다는 비판을 맞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건설 중인 원전 중단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한 공론화가 오히려 발목을 잡은 형국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은 공론화위 발표가 나자마자 일제히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잠정 중단 조처를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민참여단이 원전 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축소’를 선택함에 따라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운신의 폭은 오히려 커질 전망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계기로 원자력계를 중심으로 한 ‘탈핵’ 반대 여론이 거세게 불어 자칫 정부가 추진하려는 원전 비중 축소 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공론화위 권고는 정부에 ‘탈원전 명분’을 부여했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을 의식해 공론화 과정을 거쳤지만,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원전 설계수명 연장 금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 탈원전 기조의 에너지 정책은 연내 로드맵 마련 등 행정적 절차만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여론을 거스르고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공론화위의 권고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 추진에 큰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가 올해 말까지 수립하게 돼 있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좀더 강력한 탈원전 기조의 에너지 로드맵이 담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근영 선임기자, 이정애 기자